효성중공업이 전력 인프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독보적 기술력으로 수주 영토를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달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약 2,300억원이 넘는 초고압 전력기기를 잇따라 수주하며 높은 시장 신뢰를 입증했다. 조현준 회장의 '기술 경영'이 유럽 시장의 까다로운 진입 장벽을 뚫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의 이번 유럽 대규모 수주 행보는 단순한 해외 실적 확대를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중전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전력 기술 표준이 가장 까다롭고, 오랜 기간 ABB·지멘스·GE 등 전통 강자들이 과점해 온 시장이다. 이곳에서 영국·북유럽·남유럽을 아우르는 전방위 수주 성과를 동시에 거뒀다는 점은 효성중공업이 '가성비 대안'이 아니라, 기술과 신뢰를 기준으로 선택받는 하이엔드 공급자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영국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국가 전력망 핵심 프로젝트에 연속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단기 납품업체가 아닌 장기 인프라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시장 확장 방식'에 있다. 효성중공업은 특정 국가의 단발성 수주에 그치지 않고, 영국을 거점으로 북유럽과 남유럽까지 연결하는 유럽 전역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는 단순 수출이 아닌, 지역별 전력망 특성과 에너지 정책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공급·유지보수 역량이 축적됐다는 뜻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연계 안정성을,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는 대규모 전력 수요와 계통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술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상이한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기술력뿐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품질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럽 시장에서의 연쇄 수주는 효성중공업이 이미 '검증된 선택지'로 분류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프랑스 송전망 운영사의 초고압변압기 단락시험 성공은 이번 유럽 공략의 기술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단락시험은 이론 설계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극한 전류 조건에서 제품의 구조적·전기적 안정성을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다. 특히 600MVA급 대용량 변압기는 시험 자체가 글로벌 상위 소수 기업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효성중공업이 유럽 최고 수준의 기술 기준을 '충족'한 것을 넘어 '동급 최상위권'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이탈리아 등 초고압 계통 투자가 본격화되는 국가로의 진입 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조현준 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경영'의 일관성이 자리하고 있다. 전력기기는 수십 년간 운용되는 국가 핵심 설비로, 가격 경쟁력보다 신뢰와 안정성이 우선되는 분야다. 조 회장이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불량 불허'와 '초격차 기술' 기조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신뢰를 축적하는 전략으로 이어졌고, 보수적인 유럽 전력사들이 효성중공업을 장기 파트너로 선택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 전력 시장이 탄소중립과 노후 전력망 교체라는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번 수주는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공급자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한국 중전 산업 전반에도 "기술 중심 전략은 통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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