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의 한 방어 양식장. 겨울철 출하를 앞둔 방어들이 바다 위 가두리에서 마지막 비육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 방어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향한다. 활어 상태로 수출하는 일본산 방어의 거의 전량이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겨울철 방어 사랑이 일본 열도의 방어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떠올랐다.
방어회.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비지트코리아에 올라온 사진.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12월 초 방어 소매가격 조사 결과는 현지에 충격을 줬다. 한국경제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12월 8~10일 성어 방어 100g당 가격이 439엔을 기록하며 2018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가격(356엔)과 견주면 1년 새 23.3%나 급등했다. 평년 평균과 비교해도 32% 높은 수준이다. 2019년만 해도 300엔에 미치지 못했던 가격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뛴 셈이다.
일본 정부가 주목하는 건 이번 가격 상승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수산청의 산지 도매가격 조사를 보면 10월 방어 도매가도 kg당 370엔으로, 전년 동월(324엔)보다 14% 올랐다. 소매 단계에서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 산지 가격부터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방어회. / 라쿠텐
일본 방어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생산량 감소와 수출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연산보다 양식 방어가 중심이다. 올해 일본 양식 방어 생산량은 10만2000톤으로 예상되는데, 작년 11만톤에서 8000톤 줄어든 규모다. 여기에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자국 내 유통 물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자료를 보면 일본의 양식 방어 수출량은 2020년 1만1000톤에서 지난해 2만7000톤으로 4년 새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이 한국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일본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지만, 활어 방어는 거의 전량이 한국으로 수출된다. 한국 관세청 통계를 분석하면 한국의 일본산 방어 수입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3238.8톤이었던 수입량은 지난해 6049.2톤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일본 수산업계 전문지 미나토신문은 한국의 방어 수입이 6000톤을 넘어 과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산 방어 / 토야마현 관광연맹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방어 수입이 본격화하는 11월 수입량이 지난해 1330.3톤에서 올해 1482.1톤으로 11% 늘어났다. 연간 집계가 나오면 지난해 수입량을 크게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한국의 수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기준 수입 단가는 톤당 1만3233달러로, 지난해 동월(9100달러)보다 45.4%나 올랐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원화 기준 상승폭은 50%를 넘는다. 그럼에도 한국 업체들은 일본 방어 수입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일본 방어를 찾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올해 한국 연안의 방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자료를 보면 11월 2주부터 12월 2주까지 국산 방어 입하량은 74.2톤에 그쳤다.
일본산 방어가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품질 때문이다. 양식으로 생산되는 일본산 방어는 자연산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 기름지고 고소하다. 일본 수산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산 양식 방어는 안정적인 품질과 풍부한 지방으로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크기와 품질도 균일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자연산 방어에 비해 기생충 문제가 적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자연산 비중이 높은 국산 방어는 기생충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제거해 판매해도 간혹 문제가 발생해 배상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관리가 철저한 일본 양식장에서 생산된 방어는 이런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산 방어 / 토야마현 관광연맹
국내 방어 가격도 덩달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11월 방어 kg당 평균 가격은 1만8900원이다. 한 달 만에 80%나 뛰었다. 12월 들어서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노량진 수산 주식회사 자료를 보면 12월 2주차(8~13일) 국산 방어 평균 낙찰가는 kg당 2만2800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시기(1만5000원)와 견줘 1.5배가 넘는다. 연말 회식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가격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의 방어 수입 급증은 일본 물가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몇 년간 물가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도쿄 물가는 2022년 4월 2.5% 올랐고, 2023년 1월엔 4.3%를 기록해 1981년 5월 이후 41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올해 1월에도 4% 상승했으며, 지난달에도 2.9%로 중앙은행 목표치(2%)를 크게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 가격 변동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매달 전국 470개 점포를 대상으로 참치, 새우, 방어, 연어 4종의 주요 수산물 소매가격을 조사해 발표한다. 최근 조사에서 방어가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을 보인 것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수산업계는 복잡한 입장이다. 일본 수산 전문지 자료를 보면 수출 호조로 어민들의 소득은 늘었지만 자국 소비자들의 식탁 물가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방어를 2030년까지 수출액 736억엔 달성을 목표로 하는 중점 수출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중 한국 시장 목표치는 136억엔이다. 일본 정부가 방어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만큼 한국의 방어 수입은 앞으로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연산 방어 생산량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고, 일본산 방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다. 이는 일본 내 방어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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