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허가받은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는 1일 1회 주사였지만 이후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는 주 1회 주사로 개선됐다. 유일한 경구약인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는 여전히 1일 1회 약을 먹어야 한다.
GLP-1 의약품 투약으로 인한 울렁증, 우울감 등 부작용 관리 외에도 환자 편의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투약기간을 늘리는 내용은 글로벌과 국내사 모두의 숙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펩트론(087010), 인벤티지랩(389470), 지투지바이오(456160)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플랫폼 기술로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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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된 방출'
국내에서 비만약을 논할 때 펩트론,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 3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직접 비만약을 개발하는 건 아니나, 파트너 회사의 약물을 일주일이 아닌 한달에 한번 주사 놓는 형태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을 가졌다. 쉽게 말하자면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로 감싸 서서히 방출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각 사가 기술을 부르는 명칭은 다르며 펩트론은 '스마트데포', 지투지바이오는 '이노램프',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플루이딕'이라고 부른다.
업계는 이 3사의 기술이 큰 관점에서 동일한 것으로 본다. '컨트롤드 릴리즈' 즉 조절된 방출을 일으키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롱 액팅' 장기지속형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장기지속형은 페길레이션 등 조작을 거쳐 물질 본연의 반감기를 길게 디자인한 것을 뜻한다. 별도의 미립구 포장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장기간 체내에서 유지되어야하는 점에서 더욱 긴 R&D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이 이러한 롱 액팅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미립구 포장 형식의 컨트롤드 릴리즈는 연구개발 기간이 비교적 짧아, 글로벌 회사들이 이 방면에 관심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펩트론의 경우 일라이릴리와 스마트데포 기술을 검증하고 있고 릴리의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마운자로)의 위상에 힘입어 6조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릴리는 2023년 연매출 45조원으로 미국 제약사 가운데 매출 12위를 기록했으나, 터제파타이드 등의 매출 성장으로 2030년에는 연매출 159조원을 내는 미국 1위 제약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는 각각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후보물질에 대한 장기지속형 주사제형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은 주 1회 주사제인 펩타이드 의약품 서보듀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서 해당 약물이 상용화되어 차지하게 되는 시장규모에 따라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 또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개발 난이도 '개량신약' 수준
위 3사의 R&D 내용은 당장은 모두 비임상 단계로, 임상에서의 인체 대상 검증은 필요한 상태다. 아직 승기를 잡을 이가 누가 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3사간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P-1)은 반감기가 무척 짧다. 또, 물질의 크기가 큰 고분자이기 때문에 생체에 잘 흡수되도록 만드는 게 고난이도 기술"이라며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정도에 왔을때 물질 자체만으로도 일주일의 유지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되었는데 GLP-1을 일주일 지속가능케 한다는 것도 혁신이었다. 만성 질환인 대사성질환에 적용하기 위해 일주일에 그치지 않고 한달 또는 그 이상의 약물 지속기간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기술을 인벤티지랩이 만든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스피어라는 몸에 녹는 고분자를 사용해서 약물을 만드는 것은 수십년 동안 이용된 것"이라며, "다만 과거 물과 기름을 이용해서 한번에 대량생산하는 것은 불균일한 입자로 사이즈 분포도가 균일하지 않았다. (당사는) 미세유체방법(마이크로플루이딕)을 기반으로 일정한 크기의 입자들을 높은 품질로 생산해 안정적인 약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질 자체에 변형을 일으켜서 일주일 이상~한 달까지 롱액팅 기술을 적용하는 내용과 달리, 마이크로스피어 회사들은 펩타이드 물성은 건드리지 않은 채 고분자를 이용해서 약물이 한달 이상 유지되도록 설계한다.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개량신약 정도"라며 "물질 자체를 변형해서 반감기를 늘리는 것과는 개발 난이도가 다르고 성공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스피어 회사들의 공통된 숙제는 고함량의 펩타이드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 안에 20~30% 적재하는 것이다. 이 물질을 생체나 인체 내에 투여했을 때 약동학(PK) 프로필에서 생체이용률(AUC)이 충분히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초기급속방출을 없애려 제 3의 약물방출억제제를 사용한다면 PK 프로필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체적인 생체이용률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량생산에 대한 대비가 되었느냐도 보아야 한다며, "(인벤티지랩은) 올 연초 큐라티스 인수를 통해 커머셜 공장을 확보했으며 내년 초에는 구축 완료 후 가동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질 자체 반감기 개선
마이크로스피어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 없이 물질 자체의 반감기를 개선시킨다면 최선이다. 일례로 디앤디파마텍(347850)의 오랄링크는 지질화 및 리간드화를 통해 펩타이드를 개선했고 투과촉진제 및 안정화제로 제형을 개선했다. 약물 반감기 및 투과도가 증대되고 소화효소에 대한 안정성이 증대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제조 공정이 어렵고, 임상 검증이 아직 필요하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당사가 기술이전한 멧세라에서 개발하는 다중작용제는 가장 이상적인 계열 내 최고(베스트인클래스) 비만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경구용 펩타이드지만 반감기가 길다. 대동물에서 멧세라의 'MET007'은 15일~20일 반감기로, 약물 지속 기간이 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반복투여를 했을때 적은 농도로 높은 효능을 나타낼 수 있는것이며 내약성, 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활성도도 매우 높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 등 타사 제품보다 두 배 이상 체중감소 효과를 보인다. 그러면서 오랄링크 기술에 의거해서 10배 정도 흡수율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멧세라는 최근 화이자에 인수되었으며 화이자도 이 파이프라인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MET007은 내년에는 임상에 진입해서 개념검증(proof of concept)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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