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전무)은 최근 이데일리에 이와 같이 말한다. 창업주 타계 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딛고 일어선 한미약품은 과거 빅파마에 기술이전했던 장기지속형 '랩스커버리' 기술을 비만약으로 돌렸다.
시장에 출시되어 판매 중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비만약의 개선점인 울렁임, 우울감, 가격, 근감소증 등을 개선시킬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밀리지 않는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의 데이터를 두고, "국내 진정한 신약개발사는 한미약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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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퀀텀점프
최인영 한미약품 센터장은 성균관대 대학원 생명약학 박사를 졸업하고 1998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28년간 다양한 신약 플랫폼과 신약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 2023년 R&D센터장으로 임명된 이후 조직을 질환 중심으로 개편하고 새로운 모달리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비만/대사 영역에서 20년 이상 인크레틴(Incretin) 연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H.O.P (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현재 시판중인 약물로는 위고비가 14.4%, 젭바운드가 20.1% 체중감량이 가능하나, 외과적인 수술 방식으로 가능한 25~60% 감량에 현저히 못미친다. 일라이릴리 또한 지난 2023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발표에서 여전히 환자들의 목표 신체질량지수(BMI)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이처럼 현존하는 비만약에는 여러가지 개선점이 존재한다. 주사제형의 투약방식이 불편하거나 고가의 가격 탓에 환자들이 오래 머무른지 않는 아쉬움도 남는다. 투약 편의성 증대를 위해 저분자 기반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이 대표적인 예시다. 다만 주사제에 비해 효력이 약간 떨어지고 위장관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더 심한 단점이 있다. 약동학(PK) 프로필이 짧기 때문에 약물의 변동성(fluctuation)이 높아 근본적으로 부작용(adverse event)의 제약이 따른다.
가격 측면에서는 2400만원가량이던 연간 치료비용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약가인하는 더 많은 사람이 약물에 접근할 수 있게끔 패러다임 이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센터장은 결국 가격은 낮아지지만 적응증 확장을 통해 가격대비 약물 효용성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도 정치적으로 약가를 깎으면서 타격을 받았지만, 약가가 낮아진다고 시장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최 센터장은 새로운 작용기전이 나타나면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닌, 체중 감량으로 인한 심장기능의 개선 등까지 본다는 것이다. 저분자 기반의 비만약이 주사제와 가격차이 없이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 센터장은 "비만은 다양한 환자로 구성되어 있고 환자마다 적합한 체계적 요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뉴로코틴2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베스트인클래스(계열내 최고) 수준의 체중감량 효력은 아니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수준에서 아시아인에서는 유사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살을 빼는 이유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서인 점을 감안하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세마글루타이드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보다 우수하다. 이는 저명한 의학 저널인 NEJM에 발표한 바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은 원료부터 최종 생산까지 수직계열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허가신청을 완료했고 내년도 출시를 목표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은 3중작용제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술요법 수준의 체중감량 효력을 목표로 하고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젭바운드와 체중감량 효력을 비교해봐도 월등히 효력이 강하고, 젭바운드는 근육감소율이 상당하나 이 방면에서 한미약품의 3중작용제는 근감소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3중작용제 파이프라인과 직접비교(head to head)에서도 근감소는 유사하지만 지방감량은 더 큰 것을 확인했다.
한미약품의 3중작용제는 최근 임상 1상을 종료했다. 해당 임상에서 약동학과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4주 투약에서 체중감량 9%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4주에서 5% 감량은 울렁증과 구토로 인한 착시효과다. 모든 비만치료제는 5% 내외의 체중감량을 보이는 것이 정상적인 범위이며 한미약품의 3중작용제는 이를 넘어섰다.
이 파이프라인은 베스트인클래스 잠재력을 보이며, 현재 미국에서 1상이 끝나자마자 바로 후속 임상 계획(IND)를 제출해 올 10월 임상 2상을 개시했다. 이어 올 11월 말까지 당뇨 임상 2상 IND 제출도 완료했다.
최 센터장은 "결국 살이 빠지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퀄리티도 중요하다. 어떻게 살을 뺄 거냐. 근육 감소가 40%나 동반이 되고 약물을 끊었을때 리바운드를 겪게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 문제점은 개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글로벌 빅파마가 어마어마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한미약품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 파이프라인인 뉴로코틴2, 또는 LA-UCN2(HM17321)는 과학자들과 인공지능(AI)가 함께 만든 것이다. 올 11월 임상 1상을 개시해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이는 한미약품이 전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것이며 최 센터장은 '꿈의 약'이라고 지칭했다.
최 센터장은 "뉴로코틴2는 지방만 선택적으로 빼주고 근육은 늘려준다. 단일로 사용해도 효과를 보이지만 다양한 약과 병용 가능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이와 더불어 전자약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자약 또한 단독으로 쓸 수 있지만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신약과 합해 약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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