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건강과 경제활동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워낙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까닭에 제대로 된 고령자 관련 보고서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현실을 고려한 세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그간 산발적으로 발표해온 관련 통계를 총망라하고, 이를 분석하는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고령자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오면 이재명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관련 국정과제 추진에도 속도가 붙으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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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초고령 진입…오래 살지만 노후 준비 부족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는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고령자 삶의 질’ 지표 보고서를 내년 발간할 예정이다. 데이터처는 지난 2019년 고령자 지표 프레임워크 구축을 시작으로 데이터 수집, 지표선정 등 단계를 마친 뒤 본격적인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처는 내년 초부터 보고서 작성을 시작해 연내 발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정기적으로 고령자의 삶을 통합적으로 정리한 보고서가 없다. 고령자 관련 통계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하는 노인실태조사가 대표적이지만 대부분 개별 연구에 그치고 있다. 데이터처는 이를 지표별로 한 곳에 모아 단순 통계를 넘어 체계적으로 삶의 질을 보여주는 정책 나침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고령자 통계를 담당하는 연방정부 합동 포럼에서 ‘미국의 노인 : 주요 웰빙지표’를 발간하고 있다. 미국 내 65세 이상 인구의 삶을 인구, 경제, 건강 상태 등 6개 영역, 41개 지표로 나눠 분석한 보고서다. 2000년 첫 발간 이후 지난해까지 총 아홉 차례 발간을 마쳤다. 아일랜드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2년 주기로 ‘긍정적 노후지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고령자 삶의 질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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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전반 총망라한 지표…국정과제 추진 속도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처가 발표한 2022~2072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20.3%에서 2035년 29.9%로 10년간 9.6% 증가할 전망이다. 이어 △2050년 40.1% △2060년 44.2% △2072년 47.7%로 대폭 늘어난다. 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다.
늘어나는 고령 인구에 비해 한국 노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하고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39.7%로 OECD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낮은 네덜란드(4.4%)보다 9배 높은 수치다. 노인 자살률은 2021년 42.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고령자의 수명은 길어졌지만 경제 시장에서 밀려나는 등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영향이다.
국내 고령자 삶의 질 보고서는 개인적 요인, 관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으로 나눠 총 8개 영역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고령자가 스스로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 상태와 경제적 안정에 대한 통계가 포함된다. 사회활동과 정서적 지원, 주거와 생활환경 등에 대한 통계도 포괄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최근 정책은 고령자를 ‘돌봄 대상’에서 주체적인 개인으로 삼으려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어 국정과제 완성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정부는 고령화 관련 국정과제로 △맞춤형 주거지원 강화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개선 △은퇴세대 맞춤형 지원 △생애 주기별 금융 자산·소득 형성 등을 내세웠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보다 세부적인 정책을 수립하는데 효율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고령자는 세부 집단에 따라서도 굉장히 다양한 성격을 보이기 때문에 삶의 질에 대한 내용도 다양한 영역들을 적절하게 포괄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보고서 발간은) 고령자 일자리, 빈곤, 돌봄, 건강 등에서 근거 기반의 고령자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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