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는 미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의 마음과 몸 상태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일종의 치료법이다. 결과물보단 창작 과정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사회적·정서적 정신건강 증진을 목표로 해 단순히 예술활동이 아닌 전문적인 심리치료에 해당한다.
차의과대학교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생들과 안나의집 노숙인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집단 경험을 형성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함께 만드는 세상’ 미술치료 전시회가 22일부터 27일까지 안나의집(성남시 중원구 소재)에서 열린다.
‘함께 만드는 세상’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 집단 미술치료 형태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참여자들이 무료 급식을 기다리며 일상적으로 머무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참여를 독려했으며 치료가 진행되는 날엔 안내 표지를 미리 부착해 당일 작업 주제를 알리고 개개인에게 참여 여부와 표현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안내했다.
차의과대학교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진아씨는 “노숙인들의 노숙 경험은 단지 주거의 문제 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 상실, 수치심, 트라우마 등 여러 갈래의 감정이 연결돼 있다"며 “이런 감정은 말하는 순간 상처가 되지만 미술치료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 회복하며, 관계를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미술치료 과정의 첫 시작은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이었다.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생들과 봉사자들은 참여자들이 지나면서 즉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기 공간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해 벽지와 시트지를 부착했다. 짧게는 몇초에서 길게는 몇 분까지 머무르며 작업에 몰두했고 식사 이후 다시 돌아와 활동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이어갔다.
작품은 그달의 계절감과 노숙인들 마음에 내재된 상처와 희망을 어루만지는 주제로 피어났다. 4월23일 진행된 ‘나의 씨앗 심기'부터 11월24일 ‘따듯한 둥지’까지 큰 흐름을 갖고 참여자들이 삶 속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희망과 그 결실을 담아냈다. 마카, 색종이, 오일파스텔, 점토, 물감 등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위주로 제공했으며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표현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는 노숙인들이 전시 관람자가 아닌 작업의 주체로 참여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참여자들은 작품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했으며 어느새 서로를 지지하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숙인들은 정서적 환기와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자신이 가진 문제를 고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보단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김진아씨는 “함께 만드는 세상' 오픈 그룹 미술치료에서는 각각의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는 대상이나 보호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 타인과 나누며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한다”며 “작품과 집단 경험을 통해 노숙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찾고 존중과 의미를 되새기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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