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의 코스닥 유입을 유도하면서 향후 기관 자금의 유입 통로가 될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금융당국은 연기금 성과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포함하는 등의 계획을 내놨는데, 선제적으로 코스닥지수 추종형 ETF에 투자자금이 쏠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주요 ETF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었다. 대표적인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이 상품을 1200억26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의 누적 순매수액(1097억5600만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150'(319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코스닥150'(48억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코스닥150'(4억원) 등 주요 코스닥 관련 ETF에도 매수세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예상한 개인들이 한발 앞서 '길목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움직임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확정·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거래의 80% 이상이 개인투자자에 의해 이뤄지고 기관 비중은 4.5%에 불과해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연기금의 벤치마크(BM) 조정이라는 정책적 해법을 꺼내 들었다. 현재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기금운용 평가 기준에는 코스피 지수만 반영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도 기금운용평가지침 마련 시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해, 연기금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우량주가 편입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관 유입을 위한 세제 및 제도적 지원책도 강화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투자금 소득공제 한도(현행 3000만원, 공제율 10%)를 상향 조정하고, 기업공개(IPO) 시 배정되는 공모주 우선 물량도 25%에서 30%로 높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및 AI, 제약·바이오 등 첨단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연기금의 자금이 실제 유입될 때 개별 종목보다는 ETF가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은 수십조 원 단위 자금을 운용하는 '초대형 투자자'"라며 "시가총액 1조원 미만 기업이 다수인 코스닥 시장에서 개별 종목을 직접 매수하면 가격 왜곡과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벤치마크 지수를 효과적으로 추종하기 위해서는 코스닥 150 지수를 따르는 ETF 활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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