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은 황기연 수출입은행 행장이 지난 19일 창원에 있는 중형 조선사 케이조선과 방산 부품업체 영풍전자를 잇따라 방문했다고 21일 밝혔다.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 후 첫 행보로 조선과 방산을 택한 것은 MASGA와 방산 4대 강국이라는 정부 핵심 정책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 행장은 이날 조선·방산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금융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황 행장은 취임식에서 “경영원칙을 중소·중견기업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먼저 찾은 곳은 케이조선이다. 196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형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주력으로 하는 중형 조선사다. 과거 STX조선해양에서 2021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조선업황은 회복 국면을 넘어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있지만, 중형조선사 앞에는 여전히 장벽이 있다. 선수금환급보증(RG)이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융 장치지만, 발급 문턱은 높다.
황 행장은 이 지점을 짚었다. 수은은 올해 안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 중형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총 1500억원 규모의 RG를 신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은은 케이조선이 대표적인 대상이라고 봤다.
김찬 케이조선 대표는 “한미 조선협력 논의와 글로벌 발주 회복이 맞물리며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선박금융 확대를 요청했다.
황 행장은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된 중형조선사는 산업 생태계의 허리”라며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행선지는 방산기업인 영풍전자였다. 영풍전자는 K9 자주포, K2 전차, KF-21 전투기에 들어가는 전자제어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방산 협력사다. 영풍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방산 수요 확대에 대응해 제2사업장까지 준공했다.
류하열 영풍전자 대표는 “방산은 대표적인 수주 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정책금융의 지속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황 행장은 “지역 중소·중견 방산기업을 중점 지원해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고 밝혔다.
황 행장의 행보를 통해 조선과 방산 부문 중견, 중소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경남 조선·방산은 대기업 몇 곳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형조선사와 다층적인 협력사들이 함께 돌아갈 때 생태계가 유지된다. 수은이 창원에서 꺼낸 카드는 그 ‘허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이재명 정부 이후 정책금융은 불투명한 해외 원조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 기관 본연의 업무인 현장을 이해하고, 숫자로 답하는 방식의 선순환이 시작되고 있다. 황 행장의 창원행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정책금융기관 변화의 초석으로 평가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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