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고강도 대응 기조를 재확인하며 “이미 3호, 4호, 5호 사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 조성이 외국인 투자자 복귀로 이어지고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나왔던 자본시장 주요 이슈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주식시장 불신이 환율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관련해 “투자자가 믿고 들어올 수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자본시장 신뢰가 회복된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유동성 선순환까지 함께 작동할 때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해 환율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근절과 관련해서는 취임 이후 최우선과제로 추진 중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성과를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7월 30일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조사기관이 한데 모인 합동대응단을 출범시킨 뒤 두 달 만에 1호, 2호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1호 사건은 금융전문가와 재력가가 공모해 장기간 시세를 조정한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례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세조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75개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 조치해 약 4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사실상 동결했다. 2호 사건은 금융권 고위 임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대응했다. 현재 당국은 한정된 인력 안에서 지금도 내부적으로 3호, 4호, 5호를 계속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신속 적발, 즉각적인 금전 제재, 시장에서의 영구 퇴출까지 단계별로 실효성 있는 조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가조작을 하면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신호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속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불공정거래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어 포렌식 등 장기적 조사에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력이 보강되면 조사 속도와 적발 성과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코스닥은 혁신기업의 요람이자 모험자본의 핵심 플랫폼”이라며 “상장은 원활하게 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는 ‘신뢰 기반 역동성’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맞춤형 기술특례 상장을 바이오 외에 AI, ESS, 우주산업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상장 요건을 강화한 결과 올해 들어 상장폐지 결정 기업은 38개로 과거 연평균 15개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 참여 확대도 추진한다. 현재 코스닥 거래의 약 8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반면 연기금 비중은 4.6%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연기금을 억지로 들어오게 할 수는 없지만 기금운용평가 시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를 일부 반영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유인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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