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식 네이버 법무실 실장은 지난 18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센터장 이성엽)가 주최한 ‘미디어·AI 거버넌스 재편에 따른 법·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과기정통부 차관님이 AI 기본법은 원칙적으로 진흥을 위한 법이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언급한 만큼 다른 말씀을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글로벌 빅테크의 무단 크롤링으로부터 국내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을 자본과 인프라를 앞세운 ‘규모의 경쟁’으로 규정하며, 한국 기업이 미·중 빅테크와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여건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과 서비스 기반의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며 “국산 AI 기술 역시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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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승부처는 데이터의 질과 활용력”
특히 그는 향후 AI 경쟁의 핵심을 ‘데이터의 양’이 아닌 ‘데이터의 질과 활용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학습용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을 넘어, 실제 서비스에 적용돼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축적되는 고품질 데이터가 AI 성능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블로그, 카페, 지도, 지식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축적해 온 데이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데이터 자산이 해외 빅테크에 의해 무단 크롤링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과 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한 데이터가 국외로 유출되거나 경쟁사의 AI 학습 자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를 방치할 경우, 국내 AI 산업의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그는 정책적 보완책으로 부처 간 장벽을 넘는 공공 데이터의 통합 개방을 제안했다. AI 기본법에 데이터 지원에 관한 근거가 마련된 만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공공 데이터를 AI가 즉시 학습·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통합 제공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규제와 정책의 단일화된 창구 구축도 주문했다. 부처별로 파편화된 규제 체계로는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국가 AI 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관된 정책·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AI 경쟁력의 본질은 데이터”라며 “국가는 데이터를 지켜주고,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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