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는 ‘힐링 드라이브’ 코스 네 곳을 추천한다.
Stock for you, Korea by Bike-shutterstock.com
겨울엔 멀리 떠나는 여행이 괜히 망설여진다. 바깥 공기는 차고, 두꺼운 옷 껴입고 걷는 것도 생각보다 번거롭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함이 쌓이기 쉬운 계절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추운 날엔 “나가긴 나가고 싶은데 오래 밖에 있고 싶진 않을 때” 드라이브가 좋은 선택이 된다. 히터 켠 차 안은 따뜻하고 창밖으로는 풍경이 흘러가니 걷지 않아도 기분이 조금씩 풀린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리프레시 되는 길들이 서울 근교에 많다. 서울을 벗어나 한 시간 남짓만 달리면 바다와 강, 그리고 노을이 어우러진 구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복잡한 산길 대신 차선이 비교적 단순하고 시야가 트인 도로 위주라 초보 운전자도 부담이 덜하다.
창밖 풍경을 따라가다 마음에 드는 전망 포인트에서 잠깐 멈춰 커피 한 잔을 들고, 다시 천천히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잘 쉬었다’는 느낌이 남는다. 도심과 가까워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다는 점까지 고려해 초보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는 ‘힐링 로드’들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길은 약 11.2km 구간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로 꼽힌다. 좌우로 탁 트인 풍경 덕분에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시야가 확 열리고 한쪽에는 잔잔한 시화호가, 반대쪽에는 서해 바다가 나란히 펼쳐져 마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기분을 준다. 도로는 급커브 없이 직선 위주로 이어져 있어 초보 운전자도 속도 조절만 신경 쓰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시화 방조제길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이 길의 진짜 매력은 해 질 무렵 드러난다. 방조제 중간 전망대나 오이도 선착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는 석양은 붉은빛 하늘과 바다 길게 뻗은 도로가 한 화면에 담기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 계절에 따라 색감이 달라져 같은 길을 달려도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드라이브 후엔 대부도 카페거리나 탄도항, 방아머리해변으로 이어가기 좋고, 오이도 일대에는 해산물 식당과 간단히 들르기 좋은 맛집도 밀집해 있다. 인근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과 연계하면 쇼핑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다만 왕복 4차선 도로라도 주말과 노을 시간대엔 차량이 몰리는 편이라, 비교적 한산한 오후 3~4시쯤 출발해 천천히 돌아보는 코스가 부담이 덜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에서 파주 문산까지 이어지는 자유로는 약 40km 구간으로, 수도권에서 ‘길게 달리는 맛’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도심형 드라이브 코스다. 왕복 6차선으로 도로 폭이 넓고 차선 흐름이 비교적 단순해 초보 운전자도 차간거리만 여유 있게 두면 부담이 덜하다. 무엇보다 물길을 따라 달리는 구간이 길어 창밖 풍경이 계속 바뀌는 게 포인트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 사계절 내내 손이 가지만, 날씨가 맑은 날엔 강 위로 빛이 번져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 특히 좋다.
자유로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자유로의 장점은 드라이브만 하고 돌아오기보다 가볍게 들를 곳이 많다는 점이다. 북상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행주산성처럼 잠깐 차를 세우고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고 더 올라가면 헤이리 예술마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카페 거리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어가기 좋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코스를 늘려도 부담이 크지 않다. 쇼핑을 곁들이고 싶다면 파주 일대 아울렛과도 동선이 잘 맞아 드라이브–카페–쇼핑을 한 번에 묶기 쉽다. 중간중간 자유로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에도 좋다.
다만 도심 접근성이 좋은 만큼 차가 속도를 내기 쉬운 도로라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초보라면 무리해서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80km 안팎으로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고 차선 변경은 미리 신호를 주고 여유 있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1시간 20분이면 닿는 영종도 해안도로와 을왕리해변길은 겨울에도 부담 없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서면 차창 밖으로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풍경이 펼쳐지고, 해안선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초보 운전자도 안정적으로 달리기 좋다.
인천대교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인천공항 방향으로 진입해 해변도로를 타고 을왕리해변 쪽으로 이어가면 된다. 해질 무렵엔 수평선이 붉게 물들어 노을 구경하기 좋고, 해변 주변 카페나 테라스 좌석에 잠깐 앉아 쉬어가기에도 편하다. 주변을 잘 찾아보면 활주로가 내려다보이는 ‘공항 뷰’ 카페도 있어,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차는 해변 인근 공영주차장이나 해안도로 주차 구역을 이용하면 되고 바닷가 특성상 바람이 강할 수 있으니 속도를 조금 낮춰 달리는 편이 안정적이다. 주말이나 노을 시간대엔 차량이 몰리기 쉬워 오후 3~4시쯤 출발해 여유 있게 움직이는 동선이 좋다.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방향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풍경이 확 바뀌는 대표 드라이브 길이다. 팔당댐과 남한강을 따라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양수리 일대를 지나 두물머리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강변 시야가 시원하게 열려 있어 속도를 크게 내지 않아도 달리는 기분이 잘 살아난다. 급격한 오르막·내리막이 많지 않고 길 흐름도 단순한 편이라 초보 운전자도 부담이 덜하다.
팔당대교 / Korea by Bike-shutterstock.com
코스 초입의 팔당댐은 잠깐 들러 풍경을 보고 가기 좋은 포인트다. 수문과 저수지, 강 건너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드라이브 시작부터 시야가 확 트인다. 봄엔 벚꽃, 가을엔 단풍이 길 분위기를 바꿔주고 겨울엔 강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풍경이 이어진다.
두물머리는 시간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해질 무렵엔 강 위로 노을이 번지고, 이른 아침엔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고요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두물머리에는 강변 산책로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잠깐 내려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동선으로도 좋다.
SHIMSANGWON KWANSUNG-shutterstock.com
해질 무렵엔 강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새벽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도로 중간에는 전망 좋은 쉼터와 산책로가 마련돼 잠시 머물며 강가의 바람을 느끼기 좋다.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하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약 1시간 남짓 주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의 매력은 내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즐거움에 있다. 따뜻한 차 안에서 음악을 틀고 창밖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무엇보다 목적지를 딱 정해두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 스스로를 더 편하게 만든다.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고 끌리는 곳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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