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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3100원이라고?” 손바닥만 한 찹쌀떡 하나를 들고 가격표를 다시 봤다. 요즘 편의점을 휩쓰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다. 떡이나 마카롱 안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를 넣어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살린 디저트다. 원래는 카페나 수제 디저트숍에서 5000~8000원에 팔리던 메뉴다. 그 두쫀쿠를 편의점에서도 판다기에 직접 먹어봤다.
먼저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매장을 찾아가도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CU, GS25 앱에서 재고 찾기를 눌러도 ‘없음’ 표시가 이어졌다. 매장 대여섯 곳을 돌아다닌 끝에야 겨우 손에 넣었다. 유명 디저트 전문점은 오픈런까지 한다던데, 편의점 제품마저 이 정도다. 앱 검색어 상위에도 ‘두쫀쿠’ ‘두바이 쫀득’ 같은 키워드가 나란히 올라 있었다. 두쫀쿠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두 제품 모두 작은 크기와 가격부터 놀라게 된다. GS25 ‘두바이 쫀득 초코볼’(100g)은 2개에 5800원, 개당 2900원꼴이다. CU ‘두바이 쫀득 찹쌀떡’(60g)은 1개에 3100원. 포장을 뜯기 전부터 양이 넉넉해 보이는 구성은 아니다. 할인 번들로 파는 라면 4봉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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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두바이 쫀득 초코볼은 겉면에 코코아 파우더를 묻히고, 속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를 넣었다. 한 입 베어 물면 단맛이 먼저 들어오고, 피스타치오 풍미가 뒤따른다. 피스타치오 향이 과하지 않아 부담은 적은 편이다. 2개입 구성이라 나눠 먹기 좋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기대했던 식감은 아쉬웠다. 카다이프가 바삭하다기보다 단단하게 뭉쳐 있는 느낌에 가깝다. 씹을수록 부서지기보다 눌리는 쪽이다. 초콜릿 역시 깊은 풍미보다는 코팅용 초콜릿 특유의 단맛이 먼저 튀어나온다. 재료들이 입안에서 또렷하게 살아난다는 인상은 받기 어렵다. 무난하게 먹을 수는 있지만, 5800원이라는 가격을 떠올리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CU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결이 다르다. 떡을 베이스로 속에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넣고, 겉면을 초콜릿으로 코팅했다. 한 입에 세 가지 식감이 동시에 들어온다. 겉면 초콜릿의 바삭함, 찹쌀떡의 쫀득함, 속 카다이프의 바삭함. 카페에서 먹던 두쫀쿠의 ‘바삭 쫀득 바삭’ 구조를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인상이다. 반으로 자르면 카다이프가 꽉 찬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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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1개입이라 나눠 먹기엔 애매하고, 무엇보다 품절이 잦은 것도 큰 단점이다. 그래도 31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카페에서 7000~8000원 주고 먹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CU 쪽 손을 들어주고 싶다.
편의점들은 디저트에서 오랜만에 흥행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CU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46만개, ‘두바이 초코 브라우니’는 18만개가 팔렸다. 지난달 선보인 ‘두바이 쫀득 마카롱’도 출시 18일 만에 12만개를 넘겼다. GS25도 두바이 초콜릿류 판매량이 올해 1월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두쫀쿠 열풍은 최근 편의점 디저트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된 디저트를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편의점답게’ 구현하느냐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CU와 GS25가 비슷한 시기에 저마다의 두쫀쿠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런 경쟁의 결과다. 누가 먼저 트렌드를 잡느냐가 디저트 매출의 판도를 가른다.
유행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신제품의 수명은 길어야 서너 달에 불과하다. 편의점들이 유행이 한창일 때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내놓고 반짝 흥행을 노린 뒤, 다음 트렌드로 넘어가는 전략을 택하는 이유다. 올해만 해도 ‘두바이 초콜릿’ ‘수건 케이크’ ‘스웨덴 젤리’ 등이 차례로 편의점 진열대를 거쳐 갔다. 두쫀쿠도 이런 SNS발 디저트 경쟁의 한 장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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