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유효한 제9차 콩코드 협약은 F1에 전례 없는 안정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종착점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반에 가깝다. 2030년 이후의 콩코드 협약은 현재의 구조를 단순 연장하기보다는 변화한 환경에 맞춰 진화형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변화가 예상되는 영역은 거버넌스의 세분화다. 현재의 콩코드 협약은 국제자동차연맹(FIA), F1 그룹, 팀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권한을 구분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이 구조가 유지되면서도 각 주체의 책임 범위가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레이스 운영, 기술 규제, 상업 전략 간의 경계가 더 명확해지며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계약 조항이 발전할 수 있다.
기술 규정과 콩코드 협약의 결합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026년 규정은 장기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2030년 이후에는 전동화 수준, 지속가능 연료 기술, 소프트웨어와 에너지 관리 영역에서 추가적인 도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콩코드 협약은 단순히 ‘규정 변경 절차’를 규정하는 문서를 넘어 기술 로드맵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익 배분 구조 역시 재조정 대상이다. 글로벌 시청 방식 변화와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 데이터·콘텐츠 수익 확대는 기존의 수익 모델을 재편하고 있다. 2030년 이후 콩코드 협약에서는 전통적인 팀 배분 구조에 더해 디지털 기여도나 브랜드 확장 기여도를 반영한 새로운 요소가 논의될 수 있다. 이는 팀 간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챔피언십 전체 가치 증대를 전제로 한 조정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신규 참가 조건 또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2020년대 중반 이후 F1은 ‘열린 챔피언십’보다는 ‘선별된 프리미엄 그리드’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2030년 이후의 콩코드 협약은 신규 팀과 제조사에 대해 기술력, 재정 안정성, 지속가능성 기준을 더욱 명확히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챔피언십 전체의 품질과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 요소는 글로벌 스포츠 환경의 요구다. 지속가능성, 다양성, 사회적 책임은 이미 F1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향후 콩코드 협약에서도 명시적인 조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규제라기보다 챔피언십이 글로벌 스포츠로서 갖는 기준을 계약 수준에서 공유하는 형태에 가깝다.
권력 구조 자체는 급격히 바뀌기보다는 균형을 유지한 채 미세 조정되는 방향이 유력하다. FIA의 규제 독립성, F1 그룹의 상업적 리더십, 팀들의 경쟁 주체로서의 역할은 유지하되 상호 견제와 협력 메커니즘이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과거처럼 정치적 충돌을 반복하기보다는 갈등을 제도 안에서 흡수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2030년 이후의 콩코드 협약은 ‘새로운 질서의 선언’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구조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가능성이 크다. F1이 기술 혁신과 상업적 성장, 스포츠적 공정성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급진적 변화보다는 신뢰를 전제로 한 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콩코드 협약이 F1의 현재를 안정시키는 문서라면 2030년 이후의 협약은 F1의 다음 세대를 설계하는 문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더 명확한 권한, 더 긴 시야, 그리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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