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환경 훼손 논란이 불거졌던 제주시 구좌읍 대천 교차로∼금백조로 입구 구간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마침내 마무리된다. 첫 삽을 뜬 지 7년여만이다.
제주도는 2018년 8월 착공한 비자림로 일부 구간에 대한 확장 공사가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확장 구간은 비자림로(지방도 1112호) 전체 구간 27.3㎞ 중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다.
비자림로는 제주도 동쪽 해안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초등학교 앞 일주도로를 기점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한라산 동쪽 516도로(지방도 1131호)에 닿는 도로다. 구간 내에 천연기념물 비자나무숲이 있는 비자림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비자림로 중 이번에 완공되는 구간은 전체 구간 가운데 중간 부분으로, 중산간에 위치했다.
차량으로는 3분 남짓 짧은 구간이지만 편백숲이 신비로운 거슨세미오름과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안돌오름 '비밀의 숲'이 바로 옆에 있다. 또 아부오름, 백약이오름, 스누피가든 등 제주 동부지역 유명 오름과 관광지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관광지가 몰려있는 데다 제주시 동부지역에서 제주공항과 제주항이 있는 북부지역으로 통하는 길이라 하루 평균 차량 1만2천대가 통행하지만, 왕복 2차선으로 개통돼 차량정체가 빈번했다.
또 울창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아름다운 경관 덕에 드라이브 코스를 주목받았지만, 그늘이 드리워진 탓에 겨울철만 되면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제주도는 도로 이용객 편의와 교통사고 위험을 줄여 달라는 지역주민 요청에 따라 2011년 비자림로 확장공사 기본·실시 설계를 완료하고 2018년 8월 2일 공사에 착공했다.
하지만 공사는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하루에 삼나무 100여 그루를 베어내고 있다. 벌목작업만 6개월이 걸리고,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천400여 그루에 달한다"며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며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랐고, 결국 닷새 만인 같은 달 7일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확장을 요청했던 성산읍 이장 협의회와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정상 추진을 요구하고 나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간 대립각이 형성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결국 2018년 11월 당초 24m로 계획했던 도로 폭을 22m로 축소해 삼나무 벌채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고 이듬해 3월 공사를 재개했지만,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법정 보호종이 서식한다"는 시민사회단체 주장이 나오면서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같은 해 5월 30일 또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도는 1년 만인 2020년 5월 계획 변경 없이 다시 공사에 돌입했지만,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고 또 한 번 공사는 중단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당시 제주도가 비자림로 공사를 재개한 것이 환경영향평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시행자가 승인청(환경청)과 계획 변경 협의를 마치기 전에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2022년 2월 추가 보완을 거쳐서야 재개됐다.
이때 또다시 삼나무 벌채 규모 축소를 이유로 24m에서 22m로 줄어든 도로 폭이 다시 한번 도로 기준 최소폭인 16.5m로 대폭 축소됐다.
또 삼나무 2천400여 그루를 벌채하는 대신 부순나무와 팽나무, 산뽕나무 등을 심고, 경관을 살리기 위해 확장공사 전체 구간에 전봇대를 없애고 배선 선로를 땅속으로 연결하는 전선 지중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녹색당 당원 등은 2021년 12월 "비자림로 확장 공사 사업 계획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비자림로 공사 허가를 취소하라고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패소했다.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 부실 등 제주도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업 결정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3년여 간 큰 중단없이 진행되온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주변 정리 등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으며, 확장된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미 개통된 도로로, 확장만 한 것이기 때문에 완공 후 별도의 행사는 없을 예정"이라며 "비자림로가 앞으로도 도민과 관광객에 사랑받는 도로가 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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