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 속도가 둔화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해외 투자와 글로벌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출 중심 성장 공식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해외 시장은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할 대안으로 떠오른다. 해외 진출이 단기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축소된 국내 시장을 보완할 전략적 선택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대출 중심 성장 공식 흔들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성장은 간편한 사용자 경험과 공격적인 대출 확대에 기반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성장 방식은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 수 증가가 곧바로 자산 성장으로 연결되던 구조도 힘을 잃었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69조5105억원에서 올해 9월 72조4488억원으로 1년 새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출범 초기 두 자릿수 성장률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뚜렷하게 줄었다.
◇자본력 한계 노출…대출 규제 충격 더 커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모두에 적용된다. 다만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본 구조로 인해 대출 성장 제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자산 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는 곧바로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와 시장 진출이 새로운 수익 축으로 거론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금융 인프라 성장 여지가 크고 모바일 금융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모바일 기반 인터넷은행 모델이 비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략 선도…카카오뱅크 사례 주목
인터넷은행 가운데 해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최근 현지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기준 기업가치는 2조4000억원으로 평가됐다. 2023년 첫 투자 당시 평가액인 9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세 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투자 이후 상품·서비스 기획과 사용자 환경(UI·UX) 자문 등 협업을 확대해 왔다. 슈퍼뱅크는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향후 배당 수익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 투자가 자산 가치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케이·토스뱅크, 중장기 전략으로 검토
다른 인터넷은행들도 글로벌 시장을 중장기 성장 무대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은 구상 단계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국내 수익성 개선과 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사업 역시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송금·결제·신용평가 등 핀테크 서비스 연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나 진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금융당국과의 접촉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진출, 단기 실적보다 수익 구조 다변화 목적
인터넷은행의 해외 투자와 진출은 단기간 실적 확대를 목표로 삼기 어렵다. 초기 투자 부담과 긴 회수 기간, 현지 규제와 경쟁 환경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환경 변화에 민감한 인터넷은행 구조를 고려하면 해외 시장을 통한 성장 경로 확보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규제 변화에 대비한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전략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향후 성장 경로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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