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문할 수 있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 계기…교황청과 협력 강화"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2027년 예정된 레오 14세 교황 방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반도 평화 실현과 전 세계 인류 보편적 가치 구현을 위해 교황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역대 교황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1984·1989년), 프란치스코(2014년)에 이어 4번째 방한이다.
교황이 세계 각국을 찾아가 젊은이들을 만나는 행사로 자리 잡은 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5년 '세계 젊은이의 날'을 제정한 것을 기념해 이듬해 시작됐다.
신 대사는 "WYD는 외국 청년들에게 한국 문화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 교회와 정부·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해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한국과 함께 북한도 방문하실 수 있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은 이번 WYD 대회를 계기로 북한 청년들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에서 국내 가톨릭교회가 교황청과 맺어온 '특별한 유대'를 강조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유엔의 합법정부 승인 과정에서 중요한 도움을 줬고 민주화 과정에서도 독재 권력으로부터 탄압받고 구속되는 등 '빛과 소금' 역할을 했던 가톨릭 사제들과 신자들의 역할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시민사회 운동에 전력한 신 대사를 이재명 정부 초대 교황청 대사로 임명한 것도 이런 한국 가톨릭 공동체와 교황청과의 '유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대사는 1981년 서울대 광주항쟁 1주기 계승 시위를 주도했다가 구속된 뒤 민주화를 위한 출판인 모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민주권연구원, 전국비상시국회의 등 시민사회 운동에 주로 몸담아왔다.
신 대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 등을 언급하며 최근 교황청 내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 요직에 다수의 한국 성직자가 진출해있다"라며 "교황청도 한국인 성직자의 교황청 진출 확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교황청 내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반영해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 중재를 위한 교황청의 노력에 관심을 갖겠다는 뜻도 밝혔다. 바티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아동 피해 지원을 위해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대사는 "교황청은 전 세계 갈등·인권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고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주교황청 대사로서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교황청 간 교류는 1947년 제임스 패트릭 번 주교가 교황 사절 자격으로 한국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양국 간 정식 외교 관계가 수립된 것은 1964년이다.
신 대사는 지난 19일 교황청에 신임장을 제정하고 3년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roc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