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정안전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출범 이래 유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배터리에서 튄 불꽃 하나가 정부 전산망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면서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졌고, 장관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행안부는 장장 40일 동안 중앙재난안전재난본부(중대본)을 가동하며 사고 수습과 시스템 복구에 '진땀'을 흘렸다.
사고 여파로 내부 직원이 사망하고 관계자 일부가 입건되는 등 이번 화재는 행안부 조직 전체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남은 과제는 제대로 된 정부 전산망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일부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분산해 '셧다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1일 행안부에 따르면 2025년은 순탄치 않은 해였다. 지난 9월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2023년 11월 새올행정시스템 마비 이후 2년여 만에 또다시 '전산망 셧다운'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국정자원은 각종 정부·공공기관 행정시스템이 모여있는 시설로, 대전·대구·광주 등 3곳에서 약 1600개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화재는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작업자들이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도중 발생했다. 배터리 이전에 선행됐어야 할 전원 차단과 절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이 났고, 이로 인해 행정시스템 709개가 통째로 마비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24를 비롯해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인터넷 우체국 등 정부 주요 서비스들이 잇따라 중단됐다. 공무원들의 업무자료 백업 공간인 G-드라이브가 전소돼 일부 자료가 소실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행안부는 사고 이후 40일간 중대본을 가동하며 시스템 정상화에 총력을 다했고, 매일 언론 브리핑을 이어가며 복구 상황과 대응 계획을 알렸다. 다만 복구 과정에서 디지털정부혁신실(현 인공지능정부실) 소속 직원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 시스템이 정상화됐지만, 사고의 후유증은 적지 않게 남아있다. 국정자원 원장과 디지털정부실 실장 등 관계자들이 대기 발령되거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직 내부 분위기도 한동안 크게 침체됐다.
행안부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전반적인 전산망 관리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전산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복구 체계를 재정비하고, 일부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이양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긴급 복구를 위한 전산장비 구축과 민간 클라우드 전환에 490억원을 편성하고, 재해복구(DR) 시스템 개선과 노후화된 대전센터 이전을 위해 3434억원을 증액한 상태다.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대규모 정부 조직개편도 올해 행안부의 주요 과제였다. 개편에 따라 검찰청은 78년 만에 폐지되고, 내란·부패 등 중요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됐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고, 환경부는 산업통상부의 에너지실을 이관받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됐다. 이 밖에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각각 개편됐다.
다만 개편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금융감독원 직원 700여명은 검은 옷을 입고 반대 시위를 벌였고, 여당 의원인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기후부 개편과 관련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개편안은 철회됐다.
현재 대다수 부처는 조직개편을 마무리했지만,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검찰청 폐지와 기재부 분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의 성패도 내년 본격적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중수청 출범을 위해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법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현재 중수청법 등 논의가 진행 중이라 내년 초께 법안이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규모나 인원은 법안 통과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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