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세계 최초로 아동·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국내에서도 청소년 SNS 규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SNS 접속이 법적으로 차단됐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유사한 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 SNS 이용 제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는 소속 위원의 질의에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으나, 이후 'SNS 금지법이 제2의 셧다운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을 검토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법정대리인의 동의 권한 강화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국내 청소년 SNS 중독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부가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2명 중 1명인 47.7%가 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중학생 학부모는 "아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유튜브 쇼츠를 새벽 2시까지 보다가 수업 시간에 졸고 있다"며 "스스로 끊지 못한다면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 보호를 명분으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부모에게 더 큰 안심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우리는 아이들이 또 다른 마약으로 불리는 SNS의 알고리즘에 의한 중독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직후 호주 현지에서는 이미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접속이 차단되자 청소년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레몬8, 요프, 커버스타 등 신생 SNS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레몬8은 법 발효일인 지난 10일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에 올랐으며, 가상사설망(VPN) 검색량도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4세 호주 청소년 페타 웨어는 "많은 청소년이 부모 계정이나 신분증을 사용할 수 있으며, 화장으로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소규모 SNS는 대형 플랫폼보다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주 청소년들은 투표할 때 보자"며 앨버니지 총리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 역시 "졸속 규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형평성과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 셧다운제가 부모 명의 계정 사용과 VPN 우회 접속 등으로 무용지물이 됐다가 도입 10년 만에 폐지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은 접속 금지하고 카카오톡은 열어두는 등 규제 기준이 자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SNS의 정의 자체가 모호해 플랫폼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SNS 정의가 광범위해 사실상 모든 정보통신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라며 "청소년이 보호자 동의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역시 "포괄적인 입법 규제보다 가이드라인 등 자율규제를 통한 사적 질서 형성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지원 가톨릭대 의료정보학 교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뇌 영상 연구에서 과도한 SNS 사용이 청소년기 뇌 건강을 위협한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면서도 "법적 규제 도입에 대해서는 실효성 점검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청소년들이 안전한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취임 후 첫 출근길에서 "청소년은 보호 대상자이기도 하지만 기본권 향유자이기도 하다"며 "권리도 보호하고 피해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호주의 법안 시행 이후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청소년 보호와 권리 보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SNS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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