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가 본격적으로 내려앉으면 차가운 반찬보다 김이 오르는 냄비가 먼저 떠오르고, 물을 올린 뒤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특히 '미역'이 들어간 미역국은 사계절 먹는 음식이지만, 겨울에 접어든 미역은 결이 한층 부드럽고 향도 차분하다. 바다에서 자라는 시간이 길어지기 전 채취돼 조직이 지나치게 단단해지지 않아, 오래 끓여도 질감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늘 익숙한 재료라 무심히 넘기기 쉽지만, 이 시기 미역은 단순한 국거리로 보기엔 아까운 조건을 갖고 있다. 겨울 미역이 식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섭취 과정에서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차례로 살펴본다.
장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과정을 막는다. 음식과 함께 들어온 지방 성분이 그대로 혈관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포도당 이동 속도도 느려진다. 단맛이 강한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오르는 흐름을 완만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청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심장 질환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성분으로 분류했다. 단순한 민간 정보가 아니라 연구 자료를 토대로 정리된 기준이다.
대장 내부 환경에도 직접 관여한다. 대장은 담즙산 농도가 높아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담즙산이 장내 세균과 만나 자극적인 물질로 바뀌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대변의 부피가 늘어나 담즙산 농도가 희석된다.
해조류가 식이섬유가 많은 이유
미역과 함께 김, 다시마, 파래, 우뭇가사리 같은 해조류는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특히 미역에는 푸코이단 성분이 들어 있다. 해조류 특유의 미끈한 질감을 만드는 물질로, 세포 보호와 관련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조리 방법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해조류는 오래 끓일수록 내부 성분 손실이 늘어난다. 국을 끓일 때도 장시간 팔팔 끓이기보다 짧게 가열하는 방식이 낫다. 미역은 물에 불린 뒤 살짝 데쳐 무침으로 먹으면 조직 손상이 적다. 국에 넣을 때도 불린 뒤 마지막 단계에 넣어 짧게 끓이는 편이 좋다.
섭취 기준과 함께 챙길 점
식이섬유는 하루 섭취 열량 1000kcal당 약 12g이 권장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식단에 해조류 반찬을 한두 번 더하는 것만으로도 기준에 가까워진다. 다만 식이섬유만 늘리고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장에서 물을 과도하게 흡수해 변이 딱딱해질 수 있다.
겨울철 국물 요리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미역은 조리 습관만 조금 바꿔도 식탁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오래 끓이지 않고, 물과 함께 먹는 기본만 지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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