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공격으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다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 총리는 이번 범행이 "IS 이념"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차 안에서 급조된 폭발물과 함께 "수제" IS 깃발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IS는 지난 18일 기관지인 주간 알나바(al-Naba)에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는 직접 계획을 세웠다기보단 온라인 선전을 통해 폭력을 선동한 것에 대한 공로를 주장하는 듯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용의자는 부자 관계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버지를 현장에서 사살했으며, 아들은 1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IS가 서방을 겨냥한 공격을 직접 조직하거나 최소한 선동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앞서 2017년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른바 '칼리프'(Caliphate·이슬람 신정국가) 거점을 상실한 이후 영향력이 많이 축소됐다.
IS는 본다이 비치 공격 하루 전 시리아에서 미군 병사 2명과 민간인 1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의 온라인 열기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은 이 사건이 IS 조직원의 소행이라며 시리아 공습에 나섰다.
BBC 모니터링팀의 지하디즘(jihadism·성전주의) 전문가인 미나 알-라미는 "사라진 적이 없는 것을 두고 다시 돌아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공격을 IS의 소행으로 성급하게 규정할 경우, 조직의 실제 역량을 알리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선전을 돕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IS는 여전히 활동 중인가
전성기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며 세금·교육·종교경찰·의료 체계 등을 갖춘 '국가'로 스스로를 내세웠다.
그러나 2019년 70개국 이상이 참여한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의해 영토 차원에서 패배하면서 물리적 '칼리파국'은 종식됐다.
알-라미는 2019년 미군 급습 때 자폭한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사망 이후 IS의 매력은 더 약화했다고 말한다. 이후 등장한 지도자들 가운데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신분이나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따르면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 남아 있는 IS 전투원은 최대 3000명 수준이다. 이는 2014년 칼리파국 수립을 선언한 뒤 수만 명의 외국인 전투원이 합류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알-라미는 공격 규모 역시 IS의 쇠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말한다. IS는 2010년대 중반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서방에서 여러 대형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소규모 기습 공격에 의존"하고 있으며, 서방에서 발생하는 드문 공격들도 중앙에서 조직한 것이 아니라 IS 이념에 "영감받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로 알려진 '호라산 지부(ISKP)'는 1월 이란에서 약 100명이 숨진 공격과 두 달 뒤 러시아에서 약 150명이 사망한 공격과 연관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의 공격 모의에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됐지만 대부분은 사전에 저지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ISKP는 크게 약화해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도 공격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S 조직 명의로 자행된 공격의 대부분은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2025 글로벌 테러리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IS와 그 연계 조직들은 "2024년에도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테러 조직으로, 22개국에서 1805명의 사망자를 냈다."
알-라미는 IS가 선전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덧붙인다. "예전에는 정교하고 화려한 선전 영상을 제작했지만, 지금은 영상 제작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IS는 여전히 온라인 매체를 통해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
알-라미는 "젊고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온라인 지지자 군단이 조직의 선전 공백을 메우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IS의 독특한 부분으로 주목했다.
이들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BBC 모니터링 분석가들은 무기 사용법과 사격법, 치명적인 찌르기 방법 등에 대한 "단계별 지침"이 담긴 매뉴얼을 자주 접한다.
알-라미는 이러한 게시물 일부가 노련한 "미디어 지하디스트"들의 소행일 수 있다고 의심하지만, 일부는 "IS 선전에 영향받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조직의 메시지 전파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본다이 비치 테러 사건 이후 성명에서 IS는 "지하드(성전)"가 이제 "더 어렵고 복잡한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는 점차 온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IS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세계를 통해 명령받는 전략은…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나
IS는 중동의 전통적 근거지에서 지지를 잃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 왔다.
남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IS-호라산 지부(ISKP)가 가장 공격적인 지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유엔은 이 조직이 약 2000명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신규 모집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동남아시아를 포괄하는 이른바 '동아시아 지부(ISEAP)'는 필리핀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과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여러 차례 치명적인 공격을 저질렀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어떠한 공격에 대한 배후를 자처한 사례가 없다.
전문가들은 IS가 현재 아프리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테러대응센터(ICCT)의 안보 전문가 아드리안 슈투니는 IS가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고 경고한다.
그는 "사헬(아프리카 북부 지역)과 서아프리카처럼 통치가 취약한 지역의 안보 공백을 파고들었고, 서방 군대의 강제적·자발적 철수, 지역 불안정, 대테러 자금 감소 상황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유엔에 따르면 IS 서아프리카 지부(ISWAP)는 8000~1만2000명의 전투원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알-라미는 올해 IS가 감행한 공격 10건 중 9건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는 IS가 사헬과 소말리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알카에다 계열의 더 강력한 조직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DRC), 모잠비크에서는 IS의 세력이 특히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국가에서 무장세력은 기독교 공동체와 군대를 주된 표적으로 삼는다. 알-라미에 따르면 DRC에서는 IS 계열 조직들이 자주 습격하는 지역에서 비무슬림에게 세금을 부과하려 시도했다.
그는 "IS는 DRC의 기독교인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고 말한다. 이슬람으로 개종하거나, 지즈야라고 부르는 세금을 내거나, 아니면 살해당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선택권조차 주지 않고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죽인다"고 말했다.
알-라미는 IS가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 세계 언론의 관심 부족을 꼽는다. 이는 IS 스스로도 불만을 제기해 온 부분이다.
그는 "IS는 지난해 공식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많은 기독교인을 죽이고 있는데 인종차별적인 서방 언론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IS가 아프리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한때 누렸던 힘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어디에서도 IS가 과거 중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토를 통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은신처에 의존하며 기습 공격을 벌이고 있죠."
앞으로 어떻게 되나?
채텀하우스의 선임 연구원인 레나드 만수르 박사는 IS가 과거에 비해 훨씬 약해졌다고 본다.
그는 BBC에 "ISIS 치하에서 살았던 많은 주민이 고통을 겪었다"며, 정부에 대한 환멸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도 "IS가 과거에 가졌던 것과 같은 추진력이나 유인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그러한 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칼리파국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러 무장 단체가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지역에서는 IS가 번성할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 전문가 슈투니는 IS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형 공격 이후에만 반응하는 "사후 대응식 접근"은 효과가 없으며, 여러 국가의 지속적인 압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S처럼 적응력이 강하고 전술을 끊임없이 바꾸는 상대에게는 간헐적인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IS는 방치를 먹고 자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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