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한국시간) 영국 ‘BBC’는 “FIFA는 월드컵 티켓 재판매로 피해를 입은 팬들에게 수천 파운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BBC 스포츠’ 자체 조사 결과 나온 내용으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티켓 소지자들이 대회 공식 판매처에서 티켓을 재판매했지만 FIFA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
FIFA는 월드컵 티켓이 비공식 사이트에서 재판매되는 걸 막기 위해 지난 10월 2일 직접 재판매 마켓플레이스를 개설했다. FIFA는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에 15%씩 수수료를 받으며, 거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이 지급된다. FIFA는 비공식 사이트에서 월드컵 티켓이 판매되는 것에 대해 경고하며, 자신들의 플랫폼이 “무단 또는 불법 재판매로부터 보호받도록 설계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판매자에게조차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형편이었다. 매체 조사에 따르면 잉글랜드 팬인 이안은 65일 전에 판매한 캐나다 개막전 티켓 대금 650파운드(약 129만 원)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FIFA는 이번 월드컵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기본적인 결제 처리조차 제때 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이번 대금 납무 지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향받는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 팬은 60일 전에 발생한 판매 대금 중 8,000파운드(약 1,585만 원)를 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BBC’를 통해 FIFA로부터 지난달 은행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당초 결제 카드로 자동 환불이 될 거란 안내가 있었기에 FIFA 행정에 의문이 커졌다고도 밝혔다.
FIFA는 최근 공개된 월드컵 티켓 가격 책정으로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주 FIFA가 책정한 이번 대회 입장료는 개최국의 최초 제안보다 174% 증가했다. 조별리그의 경우 가장 인기도에 따라 가격을 책정했다. 가장 인기 없는 4등급 경기는 140~450달러(21~67만 원)이며, 가장 인기 있는 1등급 경기는 265~700달러(약 39~103만 원)다.
단 멕시코, 캐나다, 미국 등 개최국의 개막전은 최대 2,735달러(약 404만 원)까지 치솟았다. 해당 3경기의 평균 입장료는 1,728달러(약 255만 원)로, 당초 계획이었던 569달러(약 84만 원)의 3배 이상 늘었다.
토너먼트를 거듭할수록 입장료 평균 가격은 계속 오른다. 결승전 평균 입장료는 6,147달러(약 908만 원)로 당초 계획안의 1,099달러(약 162만 원)보다 5.6배 증가했다. 최고가는 8,680달러로 1,283만 원에 달하며, 최저가는 2,030달러(약 300만 원)지만 자리가 거의 없다. 사실상 최저가라 할 수 있는 4,185달러(약 618만 원)로 지난 대회 최저가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FIFA는 공식적으로는 이번 월드컵에 ‘동적 가격 책정 방식(Dynamic Pricing)’ 도입을 포기했다. 동적 가격 책정 방식은 항공사, 호텔 등 시즌과 비시즌이 명확히 구분되는 사업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으로, 성수기에 가격을 높이고 비수기에 가격을 내린다.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콘서트와 스포츠계에도 관심도와 중요도에 따른 동적 가격 책정 방식을 차용했고, FIFA도 지난 2025 FIFA 클럽 월드컵에 시범 적용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실시간 가격 변동은 없지만, 인기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등 우회적인 동적 가격 책정 방식을 적용했다.
FIFA는 지난 16일 비싼 월드컵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자 서포터들을 위한 새로운 티켓 등급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티켓은 참가팀 협회가 각 경기에 배정하는 티켓의 일부로 도입되며, 전체 티켓의 8% 수준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일반적인 경기장 규모를 감안하면 이 티켓은 경기당 1,000장 내외다. 각 협회에는 경기당 500장 정도가 배부되며, 경기장 좌석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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