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더봄] 보이차 노차의 향미를 가늠해 마시는 2003년 자대익 7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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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더봄] 보이차 노차의 향미를 가늠해 마시는 2003년 자대익 7542

여성경제신문 2025-12-20 13:00:00 신고

위스키를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발렌타인, 조니워커, 로열살루트라는 이름은 많이 알고 있습니다. 위스키는 반드시 오크통에 숙성해야 이름을 가질 수 있어서 스카치위스키는 3년 이상이며 숙성 연수가 높을수록 가치를 더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위스키는 대부분 여러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섞어서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입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현대 위스키 산업의 꽃으로, 다양한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은(blend) 것입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오랜 경륜을 가진 마스터 블렌더가 손수 담당하며 배합 비율은 당연히 기업 비밀이지요.

보이차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대익 7542는 블렌디드 위스키처럼 여러 종류의 찻잎을 병배해서 만듭니다. 7542는 차 이름의 앞 숫자인 75가 처음 출시된 해라고 봐야 하지만 사실은 80년대에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7542는 생차, 7572는 숙차로 맹해차창의 대표 차로 지금까지 해마다 빠짐없이 생산되고 있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보이차입니다. 고수차 붐이 일면서 대중적인 인기는 전보다 못하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보이차이며 7542의 병배 기술은 기업 비밀이겠지요.   

대익 7542는 고수차가 아니라 대지차가 원료     

대익 7542는 보이차 중에서 명차일까요? 보이차 중 명차를 들어보라고 하면 아마도 홍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묵힌 세월이 만들어낸 마시는 골동품이라고 해야겠지요.

실제로 홍인은 골동품처럼 경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며 진품 여부를 전문 감정가가 판정하는 차입니다. 진정한 노차로 홍인을 들 수 있지만 그다음 자리는 아마도 80년대 7542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대익 7542는 처음 출시된 이후로 해마다 꾸준하게 생산되면서 90년대 차는 마실 수 있는 노차의 반열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차를 노차로 마시고 있다면 아마도 80년대, 90년대 대익 7542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80년대 대익 7542를 보이차 중 명차의 반열에 드는 차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해마다 새 디자인의 옷을 입고 출시되는 대익 7542, 90년대 7542(왼쪽 위)는 중차패(포장지 가운데 8개의 中 자와 茶 자가 인쇄된) 포장지이고 2000년대 부터 대익(大 자와 益 자가 인쇄된) 포장지로 옷을 입었다. 포장지에 7542가 기재되어 나온 건 2005년부터이다.
해마다 새 디자인의 옷을 입고 출시되는 대익 7542, 90년대 7542(왼쪽 위)는 중차패(포장지 가운데 8개의 中 자와 茶 자가 인쇄된) 포장지이고 2000년대 부터 대익(大 자와 益 자가 인쇄된) 포장지로 옷을 입었다. 포장지에 7542가 기재되어 나온 건 2005년부터이다.

대익 7542도 포장지에 생산 연도와 차 이름이 기재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는 중차패(포장지 가운데 8개의 中 자와 茶 자가 인쇄된) 포장지를 썼고 대익(大 자와 益 자) 브랜드가 들어간 포장지는 2000년부터입니다. 1990년대 대익 차는 포장지만 보고는 다른 차창 차와 구분하기 어렵지요.

이 시기에 만들어진 보이차는 찻잎이 거의 다 대지차입니다. 지금도 대익 7542가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찻잎이 고수차가 아니라 대지차이기 때문이랍니다.     

대지차 찻잎으로 만들어진 생차는 20년 정도는 묵혀야 쓰고 떫은맛이 순화되어 마실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고수차는 만들어진 그해부터 마셔도 고삽미(쓰고 떫은맛)의 부담이 없는데 그 이유는 차나무가 자라는 다원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지차는 밀식해서 재배하고 운남(윈난)의 강한 햇볕을 바로 받는 차나무의 생장 환경이 쓰고 떫은맛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반면에 찻잎 생산량이 많아서 차를 만드는 원가가 고수차에 비해 낮기 때문에 차의 명성에 비해 값이 저렴하지요.     

대익 7542 50주년 기념병, 전세진미(傳世眞味)     

생산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대익 7542 광고문구가 '전세진미(傳世眞味)'입니다. 세월을 이어온 참 맛이라는 의미인데 50년간 7542의 향미가 꾸준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해마다 생산되는 7542를 빠짐없이 구입하는 소비자층이 형성되어 있고 오래된 7542를 노차로 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숫자급 보이차를 중심으로 차 생활을 하는 분들은 7542보다 더 나은 보이차는 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7542는 '월진월향'이라고 쓰는 보이차의 특성으로 저렴한 신차를 구입해 묵혀서 노차의 가치를 만드는 투자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해마다 7542를 투자 개념으로 구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7542를 많이 구입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차를 많이 소장한 분이 많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차 인구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서 보이차 투자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는 것이겠지요.     

'대익 7542' 출시 50주년 기념병, 전세진미(傳世眞味)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출처=대익코리아
'대익 7542' 출시 50주년 기념병, 전세진미(傳世眞味)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출처=대익코리아

노차 거래에서 80년대 보이차는 흔하지 않지만 90년대 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노차의 거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차는 거의 정상적인 보관 연도가 아닌 작업차-가짜 차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가짜 노차는 찻잎이 가짜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래된 차로 보이게끔 습한 창고에서 이상 발효시킨 차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90년대 보이차는 차에 대한 정보가 전혀 기재되지 않은 중차패 포장지라서 진위 여부를 알 길이 없습니다.     

50년을 이어온 보이차의 진미를 음미할 수 있는 오래된 대익 7542의 진위 여부를 일반 소비자는 알 길이 없지요.

보이차 인구가 많아졌던 2000년 이후에 대익 브랜드 포장지로 나왔던 대익 7542는 소장한 사람이 많습니다. 2005년부터 생산된 대익차에는 생산 연도가 표기되어 있으니 진위를 알 수 없어도 진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0년대 초기 대익 7542를 구입한다면 전세진미를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22년 진기(陳期) 준 노차 2003년 자대익 7542를 시음하며     

2006년부터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그 시절에는 고수차가 시장에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마셨던 대지차로 만든 생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 숙차 위주로 차 생활을 하게 되었지요.

시음기를 쓸 2003년 자대익 7542는 그 당시 다연회 다우에게 선물 받은 차입니다. 그 다우는 해마다 7542를 구입했었는데 제게 이 차를 한 편 나누어 주었고 소장한 지 20년이나 되었네요. 자대익(紫大益)이라고 부르는 건 포장지에 인쇄된 색깔이 보라색이기 때문입니다. 20년 동안 틈틈이 마셨지만 아직 180g이나 남아 있어서 스무 번은 더 마실 수 있겠습니다.

100cc 차호에 건차를 5g 넣었습니다. 찻물은 삼다수 경도가 나오는 우리 동네 뒷산 약수터에서 길어 왔습니다. 찻물이 차를 우리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이후 매주 출근길에 찻물을 길어오고 있습니다. 살짝 세차하고 첫 탕은 30초 정도 두고 내렸고 두 번째부터는 바로 내려서 마십니다.    

2003년에 출시된 자대익 7542, 22년 동안 익은 병 면을 보니 노차의 느낌이 묻어난다. /김정관
2003년에 출시된 자대익 7542, 22년 동안 익은 병 면을 보니 노차의 느낌이 묻어난다. /김정관
건조한 사무실 환경에서도 생차가 22년 정도면 이렇게 익는데 더 묵히게 되면 정말 월진월향으로 노차의 풍미를 맛볼 수 있을까? /김정관
건조한 사무실 환경에서도 생차가 22년 정도면 이렇게 익는데 더 묵히게 되면 정말 월진월향으로 노차의 풍미를 맛볼 수 있을까? /김정관

탕색은 이미 밝은 갈색으로 나오는 게 노차에 가깝게 익은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니 고삽미는 거의 사라지고 진향과 함께 쌉싸래하고 단맛이 좋습니다. 회감(차를 마신 뒤 입안에 남은 단맛)과 함께 단침이 혀뿌리에서 솟아나니 입안에 청량감이 넘칩니다.

목 넘김에서 살짝 걸리기는 하지만 후운(차를 마신 뒤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만 차기는 잘 느낄 수 없고 열감도 별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두 포(첫 탕과 둘째 탕)를 한 숙우에 담아 마셨는데 관자놀이에 미세하게 멀미 증세가 느껴집니다.

두 포를 더 우려서 계속 마셨는데 속이 약간 거북해집니다. 생차는 고수차만 거의 마셔서 그런지 22년이나 된 7542지만 내 몸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입안에서 음미하는 단계까지는 호감이 있었는데 목 넘김부터 몸 반응 단계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보관 환경은 습도가 부족할 정도로 완전 건창 보관이지만 내 몸이 대지차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나 봅니다. 저와 맞지 않은 몸 반응만 아니라면 30년 정도 지난 7542는 노차의 풍미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가짜 시비로 자주 논란이 되는 보이차 노차, 2000년대 초반 7542를 구해서 마신다면 노차의 풍미를 음미하는 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03 자대익 7542도 좋은 대안일 듯싶다. /김정관
가짜 시비로 자주 논란이 되는 보이차 노차, 2000년대 초반 7542를 구해서 마신다면 노차의 풍미를 음미하는 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03 자대익 7542도 좋은 대안일 듯싶다. /김정관

 

대지차는 밀식 재배로 차 농사를 하다 보니 비료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고수차는 생태 환경 그대로 깊이 뿌리를 내린 토양의 영양으로 차나무가 자라지요. 찻잎이 가지고 있는 성분 중 폴리페놀 등의 화학성분은 시간과 함께 변화하지만 비료 등의 성분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입맛으로 느끼는 향미와 몸이 받아들이는 감각은 차를 음미할 때 차이가 있습니다.     

7572 등의 대지차로 만든 숙차는 몸 반응에서 별 영향 없이 마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마시고 있는 진기(보관된 햇수) 23년의 03 7542나 듣보잡 90년대 노차는 왜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보이차는 같은 차를 마셔도 마시는 사람마다 향미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다릅니다. 7542를 즐겨 마시는 분은 저와 다르게 진기가 오랜 80년대, 90년대 7542로 노차를 즐길 수 있을 테니 그렇지 못한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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