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레이스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르망 24시 서킷’의 ‘던롭 브리지’가 곧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한 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상징적인 명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내구레이싱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던롭 브리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레이스인 르망 24시를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물로 패독과 외곽 관람 구역을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던롭 시케인 상단에 자리를 잡고 있고, 관중들이 트랙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도록 지난 100년간 사용됐다. 근처의 굿이어 그랜드스탠드는 과거 ‘던롭 그랜드스탠드’로 불렸던 곳으로 서킷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이 상징적인 다리는 조만간 구조는 유지한 채 개보수 및 현대화 작업에 들어가며 이후 ‘굿이어 브리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던롭 시케인의 명칭 역시 향후 변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변경은 오토모빌 클럽 드 루에스트(ACO)가 추진 중인 부가티 서킷 일대 관람 환경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ACO는 피트 스트레이트 끝 굿이어 레이싱 클럽의 전면 리노베이션과 굿이어 그랜드스탠드 개보수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인접한 르망 24시 박물관도 대규모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6년 대회 이전 재개관이 예정돼 있다.
ACO는 명칭 변경에 따른 역사적 상징성 훼손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는 “던롭 브리지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ACO와 굿이어는 관련 기념물을 르망 24시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며 “이 상징적인 장소의 기억을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변화는 레이스와 서킷, 그 고유한 속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터스포츠의 미래 비전에 부합하는 진화를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칭 변경의 배경에는 던롭 브랜드의 소유 구조 변화도 자리한다. 오랜 기간 굿이어 그룹에 속해 있던 던롭은 올해 초 일본 스미토모 고무공업에 매각됐다. 이에 따라 굿이어가 브리지 명명권을 직접 가져가려는 의지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ACO와 굿이어는 2026년부터 서킷 내에서 굿이어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굿이어의 르망 참여는 단순한 스폰서십을 넘어 전사적 레이싱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굿이어는 100년이 넘는 모터스포츠 역사 속에서 르망 24시 종합 우승 14회, F1 그랑프리 368승, NASCAR 70년 이상 성공적인 활동이라는 기록을 쌓아왔다.
특히 2023년에는 나스카 ‘개러지 56’ 프로젝트와 협력해 타이어 내부에 사전 경화(pre-cure) 방식의 실시간 타이어 인텔리전스 기술을 르망에서 처음 선보이며 레이싱을 통한 기술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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