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애슐리는 소녀였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재학 중이고 패션과 문화, K-팝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하얀 장화가 매력적인 검은 고양이 ‘폴레트’를 키우는 미국의 젠지(Gen-z)다. 외식 브랜드 애슐리퀸즈가 성수 팝업스토어에서 공개한 ‘애슐리’의 정체다.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애슐리퀸즈 팝업 ‘하우스 오브 애슐리’는 미국 동부 상류층 저택의 거실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꾸며졌다. 입구에는 와인빛 소파와 샹들리에, 액자로 채운 벽면이 배치됐다.
팝업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 공간인 ‘헤리티지 룸’에서는 애슐리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애슐리 3대 모녀의 서사를 풀어낸다. 카페 공간 ‘애슐리 테이블’에는 애슐리퀸즈의 시그니처 메뉴와 셰프 협업 요리가 마련됐고, 디저트 뷔페 형태의 ‘디저트 뮤지엄’은 프라이빗 룸에서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팝업에선 애슐리 세계관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애슐리는 할머니 캐서린 브라운, 어머니 에블린 브라운으로 이어지는 3대 여성 서사의 중심 인물로 설정됐다. 세계관 속 애슐리 가족은 미국 동부 뉴포트의 오래된 저택에 머물며 세대마다 취향과 문화를 축적해 온 가문이다. 팝업에 전시된 소장품들은 이 같은 서사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장치다.
애슐리 가족의 서사를 담은 전시 공간은 모두 여섯 개 구획으로 나뉜다. 각 구획에는 가문의 역사와 인물 설정에 맞춘 소장품과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배치돼 있다. 전시에는 이랜드그룹 산하 이랜드뮤지엄이 30여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이 활용됐다. 애슐리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판본을 비롯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결혼 사진과 결혼식 피로연 당시 사용된 식기, 실버웨어 컬렉션 등이 애슐리 가족의 서사와 연결돼 소개된다.
전시 공간 일부는 애슐리 가족이 미국 전역을 횡단 여행한다는 설정으로 꾸며졌다. 미국 밴드 머틀리 크루가 소장했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와 미국 50개 주의 특성을 반영한 자동차 번호판 등이 이 여정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전시됐다. 또 다른 구역에서는 1936년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장편『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테마로 한 전시가 이어진다.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브로 한 리메이크 작품에 등장한 커튼 드레스도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소장품 중 하나다.
그동안 알려진 ‘애슐리’는 콘셉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뉴잉글랜드 태생의 커리어 우먼으로, 미국 동부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인물이라는 정도였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그동안 애슐리는 기본적인 설정만 유지해 왔다”며 “하나의 서사로 정리된 세계관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가성비’ 지키며 2030세대 공략
애슐리를 Z세대 인물로 설정한 배경에는 고객층을 2030 세대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가성비는 유지하면서 메뉴 완성도와 고객 경험 수준을 끌어올리고, 기존 가족 중심에서 2030까지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한때 특별한 날에 찾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치킨이나 삼겹살 등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패밀리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면서다. 프리미엄 아울렛과 대형 복합쇼핑몰 등 4050뿐 아니라 2030 세대가 모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출점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실제로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 안팎까지 오른 상황에서 애슐리퀸즈의 가격대는 2만원 초반대에서 후반대로 형성돼 있다. 조금만 비용을 더 얹어 무제한 뷔페를 즐기려는 ‘가성비 소비’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애슐리퀸즈의 매출도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022년 매출이 1600억원까지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4000억원으로 회복됐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을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내년에는 매장 출점을 확대하고 메뉴 강화 전략을 이어가 연 매출 8000억원, 전국 150개 매장(현재 115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팝업이 열린 부지에는 오는 3월 애슐리퀸즈 성수 신규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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