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군사정권의 '남산 그림자'··· '영업허가 기간'을 뺀 계약서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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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군사정권의 '남산 그림자'··· '영업허가 기간'을 뺀 계약서의 위력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0 09: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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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남산 케이블카의 역사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당시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 한석진 씨에게 남산 케이블카 운영 허가를 내주었다. 당시의 허가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혜에 가까웠다. 가장 결정적인 결함은 영업 허가, 즉 궤도업 면허에 종료 기간이나 유효기간이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공 자산을 활용하는 사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한을 회수하거나 재입찰을 거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남산 케이블카는 1962년 12월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의 갱신 절차 없이 63년째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한국삭도를 사실상 남산의 특정 구역에 대한 영구적인 점유권을 가진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1961년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독점 운영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 독점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3대에 걸친 가족 경영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삭도는 한광수, 이기선 공동대표를 포함한 일가족 6명이 지분 100%를 소유한 전형적인 가족 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에서 이들은 연간 약 2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최근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71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이들이 국유지 점용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약 1억 원 미만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공공 자원을 활용해 얻는 막대한 이익에 비해 공공 기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곤돌라라는 대항마와 서울시의 전략적 패착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러한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그 핵심 과제로 남산 곤돌라 설치를 추진했다.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까지 832미터를 오가는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하는 이 계획은 수송 능력을 시간당 2,000명까지 확대하여 기존 케이블카의 긴 대기 줄과 노후화된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 곤돌라는 이동약자와 노약자 등 그동안 남산 정상에 오르기 어려웠던 시민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특정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의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술적, 법적 장애물이었다. 곤돌라를 설치하려면 높이 30에서 50미터에 달하는 지주, 즉 철탑 5개를 세워야 하는데, 이 중 일부가 도시자연공원구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서는 높이 12미터를 초과하는 건축물이나 공작물을 설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해당 부지의 용도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해제하고 도시계획시설공원, 즉 시설공원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시설공원으로 바뀌면 12미터 높이 제한에서 벗어나 고층 지주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삭도는 즉각 반발하며 이 용도 변경 처분이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재판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현미경 판결과 행정의 한계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행정의 재량권보다 법조문의 엄격한 해석을 우선시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용도 구역을 변경한 것이 사실상의 해제에 해당하며,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정한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현행 녹지법령상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서는 높이 12미터를 초과하는 건축물을 설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공원녹지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3호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변경하거나 해제할 때 녹지가 훼손되어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여가 및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역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남산의 해당 구역이 이 두 가지 경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의 해제가 아니라 시설공원으로의 변경이므로 이 기준을 따를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폈으나, 법원은 변경도 해제와 동일하게 봐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서울시는 공익적 목적, 즉 교통 약자의 접근성 제고와 독점 해소를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서울시는 판결 직후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본안 소송에서도 원고인 한국삭도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남산 곤돌라 사업은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지대 추구의 경제학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경제학적 관점에서 한국삭도의 사례는 지대 추구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지대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창출된 부가 아니라, 특정 자산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나 정부의 규제를 통해 얻는 초과 이익을 의미한다. 남산 케이블카는 남산이라는 국가적 자산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점유하며 경쟁자의 진입이 차단된 시장에서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삭도가 운영하는 2대의 케이블카는 시간당 약 500에서 700명대를 실어 나르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최근 해외 관광객 증가로 인해 이익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2023년에는 약 4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만 약 89억 5,603만 원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서비스 개선이나 가격 인하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법적으로 보장된 독점적 지위 덕분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러한 형태의 독점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해 왔다. 남산 케이블카의 이용료는 왕복 1만 5,000원으로, 지난해에만 약 126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점 체제 아래에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고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곤돌라 신설을 통해 이러한 독점 구조를 깨고 수익금을 남산 생태 보전 재원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법적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사회적 갈등

남산 곤돌라 사업은 단순한 시와 기업의 싸움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삭도 외에도 인근 학교와 환경단체들이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숭의여자대학교 학생들은 학교 건물이 곤돌라 건설 구간과 약 80미터 거리로 인접해 있어 교육 환경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집행정지 신청에 동참했다.

환경단체들은 높이 35미터 이상의 곤돌라 기둥이 남산 생태 보전 지역에 세워지는 것에 대해 환경 훼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남산의 자연경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서울시의 개발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 수익을 생태 보전 기금에 투입하고 조례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으나, 법원은 환경 훼손 가능성과 절차적 위법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러한 반대 목소리 이면에는 기존 독점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투사되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삭도는 곤돌라가 도입될 경우 이용객이 줄어들어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소송의 주요 배경으로 삼았다. 결국 환경 보호와 교육권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결과적으로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사적 독점권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게 된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국삭도공업 재무 및 운영 현황

항목 상세 내용
설립 및 허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독점 기간

1962년 12월 ~ 현재 (약 63년) 

지배 구조

일가족 6명이 지분 100% 보유 (가족 회사) 

연간 매출

약 220억 원

최근 영업이익

약 89억 5,603만 원  

최근 순이익

약 71억 원

국유지 점용료

연간 약 1억 원

이용객 수

연간 약 126만 명 (2023년 기준) 

 

 입법적 해결책과 궤도운송법 개정안의 의미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 조치를 가로막자, 시선은 입법부로 향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월 17일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전체 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케이블카와 같은 궤도 사업 허가의 유효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제한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사실상 한국삭도의 장기 독점을 겨냥한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삭도는 2년 이내에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때 서비스 품질이나 공공 기여도 등을 평가받게 된다. 여야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는 63년 만에 남산 케이블카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달 초 남산 케이블카 서비스의 품질과 독점 운영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으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이를 특혜 사업으로 언급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와 입법부가 한목소리로 독점 해소를 외치는 상황은 한국삭도에 거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과 법의 괴리 그리고 미래의 남산

현재 서울시의 곤돌라 공사는 공정률 15%에서 멈춰 섰다. 서울시는 즉각 항소하여 법적, 정책적 정당성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동시에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를 보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남산을 모두의 남산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소송 결과는 행정 기관이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절차를 경시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가 됐다. 법원은 서울시가 높이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용도 구역을 변경한 것을 두고 행정 목적을 위한 용도 변경은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는 향후 다른 공공 사업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 자산의 관리는 투명성과 경쟁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남산 케이블카가 60년 넘게 한 가족의 전유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정권의 특혜와 현대 행정의 방조가 결합한 결과다. 이번 법원 판결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독점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이를 계기로 촉발된 입법적 논의와 사회적 관심은 남산의 미래를 바꾸는 동력이 되고 있다.

남산 곤돌라 사업 개요 및 법적 쟁점

항목 상세 내용
사업 구간

중구 남산예장공원 ~ 남산 정상부 (832미터) 

사업 예산

약 400억 원 (40,000,000,000원) 

수송 계획

10인승 캐빈 25대, 시간당 2,000명 수송 

핵심 시설

높이 30~50미터의 지주 5개 설치 

법적 장애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높이 12미터 제한 규정 

서울시 대응

부지 용도를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 시도 

법원 판단

용도 변경은 시행령상 해제 요건 미충족으로 위법 

현재 상태

공사 중단 및 항소심 진행 예정 

 

 결국 남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공의 이익을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63년 전 계약서에 없었던 '언제까지'라는 조항은 이제 법원이 아닌 국회의 입법과 시민들의 요구를 통해 채워지고 있다. 남산의 하늘길이 특정 기업의 사적 영토에서 시민 모두의 공공 공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지만, 그 변화의 흐름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국회 궤도운송법 개정안 내용 상세 설명
허가 유효 기간 설정

궤도 사업 허가 기간을 20년 이내로 명시 

재허가 심사 의무화

기간 만료 시 운영 실적 등을 평가하여 재허가 여부 결정 

기존 사업자 적용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기존 사업자도 재허가 신청 필요 

입법 목적

장기 독점 방지 및 공공성 강화, 서비스 품질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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