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지사·우범기 시장 "통합 불씨 여전히 살아 있어"
민선 9기 지사·시장 바뀌면 '물거품' 개연성 높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4번째 추진되는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 통합이 해를 넘기게 됐다.
통합 조건인 주민투표가 지연되면서 찬반 주민 갈등만 깊어져 통합을 추진해온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의 정치력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완주 통합은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천152명의 서명으로 시작됐다.
주민 발의로 추진된 이 통합 건의는 전북도와 완주군을 거쳐 지방시대위원회에 제출됐고 위원회는 타당성을 인정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권고와 주민투표 절차만 남아 있다.
하지만 행안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향후 절차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전주와 완주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김관영 지사가 지난 6월 25일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을 방문했지만, 군민과 군의원들의 반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지사의 방문에 맞춰 완주군의원 10명은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우범기 시장도 지난 7월 25일 완주군내 간담회 과정에서 통합 반대 군민에게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완주군의 반발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권요안(완주 2) 전북도의원과 송병주 완주·전주 통합 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등은 최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을 만나 '행정통합 철회 및 관련 법령 개정 촉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의 통합 반대 여론은 65∼71%"라며 "통합 추진은 주민 의사를 존중해야 할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통합이 지연되자 전주·완주 통합 추진이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형열 전북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전주 5)은 지난달 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선 8기 들어 통합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행정의 우선순위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 통합은 당사자인 두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전북도가 방향을 유도하거나 권고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 정치권에선 통합 절차가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저도 민선 9기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바뀌면 물거품이 될 개연성도 높다.
이에 대해 김관영 지사는 "민선 8기 내 전주·완주 통합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우범기 시장도 "완주·전주 통합 추진은 민선 8기냐 9기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물리적으로 필요한 기간이 완전히 소멸한 게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1997년, 2009년, 2013년에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했으나 완주 주민의거센 반대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네 번째 통합 추진을 놓고서 민간에선 시민단체끼리 대립하고 행정과 정치권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오히려 틈이 더 벌어지는 모양새여서 통합을 둘러싼 피로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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