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적인 전쟁 종식 의지를 밝히면서도 러시아군의 전황 우위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평화 협상 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타스통신,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4시간30분간 진행된 연례 기자회견 겸 대국민 대화에서 러시아군이 "전략적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우리 군은 접촉선 전반에서 전진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은 모든 구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25년째를 맞은 푸틴 대통령은 그간 이 연례 행사를 통해 물가나 생활 문제 등 국내 현안을 주로 다뤄왔지만, 올해는 2022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의제로 부각됐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장기화된 전쟁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분쟁 종식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평화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4개 지역 전부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아직 점령하지 못한 동부 일부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기존의 강경한 요구를 의미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나토 회원국 병력의 우크라이나 배치 불가, 우크라이나 군 규모 제한과 러시아어의 공식 지위 부여 등을 다시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이 나토 수준의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면 가입 추진을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동시에 나토 가입이 가장 확실한 안보 보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휴전이 성사될 경우 대선을 치르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실시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 내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에게도 투표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휴전 없이도 선거를 치러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계획이라는 서방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서방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손을 빌려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며 "서로의 역량을 결합하고 보완한다면, 서로 번영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러시아의 이익을 배려한다면 새로운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칭하고 있다.
또 러시아 자산을 동결·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정상들에 대해 "강도 행위"라며, 투자 신뢰를 훼손해 유로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올해 자원입대 병력이 4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으나, 이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연금 지급 지연을 호소하는 군인 유가족의 질문에 즉각 사과하고 해결을 약속하는 등 국내 문제 해결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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