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최근 틱톡을 통해 다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기아 챌린지’와 관련해 공식 경고를 내놨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유행이 재등장하면서 차량 절도 사건이 일부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주범으로는 장난과 호기심에 이끌린 청소년들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남부의 코퍼스 크리스티 경찰은 최근 몇 달 사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한 절도 및 절도 미수 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단 이틀 만에 8대의 차량이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주와 도시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하다. 수년 전 틱톡을 통해 확산된 ‘기아 챌린지’는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생산된 일부 현대차·기아 모델에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한 절도 수법이다. 당시 영상들은 운전 경험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고, 이들은 스스로를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부르며 취약 차량을 찾아다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범행 방식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측면 유리를 깨고 차량 내부로 진입한 뒤 스티어링 칼럼 커버를 제거하고, 드라이버와 USB 케이블만으로 시동을 거는 방식이다. 경찰은 “과거 틱톡 영상과 동일한 수법이 다시 사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기아 챌린지는 단순한 차량 절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됐다. 일부 도난 차량은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됐고, 무단 주행(조이라이드) 과정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절도 장면이나 난폭 운전 영상이 다시 온라인에 게시되며 모방 범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아와 현대차는 사태가 확산하자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 무료 제공 등 대응책을 내놨다. 또한, 일부 집단 소송 합의를 통해 누락된 하드웨어를 추가 장착하는 데도 합의했다. 문제는 여전히 패치가 적용되지 않은 차량이 도로 위에 상당수 남아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절도가 한동안 잠잠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다시 재확산되고 있다”면서 “쉽게 훔칠 수 있는 차량이 남아 있는 한 절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설치를 꼽는다. 해당 업데이트는 무료이며, 모든 현대차·기아 공식 딜러십에서 받을 수 있다. 업데이트 대상이 아닌 차량의 경우에도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 등 물리적 장치가 억제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절도범들이 차량이 실제로 패치됐는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업데이트가 적용된 차량도 절도 시도 대상이 된다”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눈에 보이는 억제 수단, 즉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가 범행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경찰은 킬 스위치, 추가 경보 시스템, GPS 추적 장치 설치도 권고하고 있다. 외신들은 에어태그와 같은 소형 추적 장치가 도난 차량 회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례도 다수 전했다. 실시간 위치 정보가 확보되면 회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아 보이즈로 불리는 청소년 상당수가 운전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차량을 난폭하게 몰다 사고를 내거나, 내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장난삼아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기아 챌린지는 끝난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위험 요소”라며 “패치 여부 확인과 기본적인 도난 방지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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