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먹고, 금융을 관리하고, 사는 공간을 지키는 일이 소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발표했다. 소비생활지표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정책 개선을 위해 격년마다 발행하는 조사 보고서로, 한국인의 소비 환경과 인식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은 이번 조사는 전국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1:1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생활 분야는 ‘식품·외식’(29.0%)으로 나타났다. 이어 ‘금융·보험’(10.8%), ‘주거·가정’(10.6%) 순이었다. 특히 지난 조사(2023)에서 종합 순위 2위였던 ‘의류’는 올해 4위로 하락한 반면, ‘금융·보험’은 지난 조사보다 순위가 크게 상승하며 소비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융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소비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63.7점으로, 2023년 대비 4.4점 하락했다. 분야별로는 ‘생활위생·미용’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금융·보험’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정보 비대칭과 금융 이해력 부족이 소비자의 불만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생활 문제를 경험한 소비자 비율은 50.4%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식품·외식과 ICT 분야에서 문제 경험이 크게 증가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가격 부담이, 정보통신기기에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사기 불안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포함된 생성형 AI 서비스 항목에서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 이용자 중 24.3%가 유료로 구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를 중심으로 유료 구독 비율이 높아지며, AI 서비스가 일부 세대에서는 이미 일상 소비 항목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전자상거래 이용률은 73.1%로 높았고, 모바일 쇼핑은 사실상 표준 소비 방식이 됐다. 금융 플랫폼 이용도 크게 늘었지만, 디지털 보안 사고 발생 시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40%에 미치지 못해 대응 역량 강화가 과제로 남았다.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가격이 높더라도 수리가 쉬운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높은 수리 비용과 복잡한 수리 과정은 여전히 장벽으로 지적돼,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정부와 지자체에 공유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며, 조사 데이터는 소비자원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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