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 소리가 유독 반가운 요즘이다. 화려한 반찬이 없어도, 잘 손질된 시래기 한 줌과 된장만 있으면 식탁이 꽉 찬다.
투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시래기는 한국인에게 '소울푸드'나 다름없다. 겨우내 냉동실 한구석을 지키던 시래기를 꺼낼 때다. 요리 초보도 절대 실패 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언 몸을 녹여줄 구수한 겨울철 별미다.
냉동 시래기의 변신, 밑작업이 핵심
김장철에 갈무리해 둔 무청이나 배추 겉잎은 한 번 데쳐 얼려두면 사계절 내내 요긴하게 쓰인다. 우선 냉동된 시래기는 찬물에 담가 해동한 뒤 깨끗한 물에 한두 번 헹군다. 이때 물기를 꽉 짜야 양념이 겉돌지 않고 속까지 잘 밴다.
물기를 제거한 시래기 두 줌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너무 짧게 자르면 씹는 맛이 덜하므로 적당한 길이를 남겨두는 편이 낫다. 함께 들어갈 부재료도 손질한다. 양파 1/4개와 대파 한 줌은 먹기 좋게 썰고, 칼칼함을 더할 청양고추 4개와 홍고추 1개는 얇게 저며 준비한다.
'밑간'으로 깊은 맛 더하기
시래깃국 맛의 비결은 ‘밑간’에 있다. 시래기를 냄비에 넣기 전, 된장 2스푼과 고추장 1스푼, 다진 마늘 2스푼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이렇게 미리 양념을 해두면 시래기 자체의 풋내를 잡고 간이 깊이 배어든다.
육수는 맹물 대신 쌀뜨물을 쓴다. 쌀을 씻을 때 두 번째나 세 번째 나오는 물을 사용하면 전분기가 있어 국물 맛이 한층 구수해진다.
멸치와 함께 푹 끓여내기
밑간을 마친 시래기를 냄비에 담고 쌀뜨물 8컵을 붓는다. 시래기가 충분히 잠길 정도면 된다. 여기에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국물용 멸치 한 줌을 통째로 넣는다. 멸치를 갈지 않고 그대로 넣어야 국물이 지저분해지지 않고 깔끔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처음에는 중불에서 끓이다가 국물이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인다. 약 6~7분간 은근하게 끓여야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진다.
칼칼하게 마무리
시래기가 부드럽게 익으면 썰어둔 양파와 고추를 넣는다. 양파는 국물에 시원한 단맛을, 청양고추는 개운한 칼칼함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내면 완성이다. 된장과 고추장으로 이미 간을 했기 때문에 소금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구수한 국물과 부드러운 시래기가 어우러진 시래깃국 한 그릇이면 겨울철 추위도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다.
시래깃국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 주재료: 시래기 두 줌, 국물용 멸치 한 줌, 양파 1/4개, 대파 한 줌, 청양고추 4개, 홍고추 1개, 쌀뜨물 8컵
- 양념: 된장 2T, 고추장 1T, 다진 마늘 2T
■ 만드는 순서
1. 냉동 시래기는 해동 후 헹궈 물기를 꽉 짠 뒤 먹기 좋게 자른다.
2. 손질한 시래기에 분량의 된장, 고추장,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밑간한다.
3. 냄비에 양념한 시래기와 쌀뜨물, 손질한 멸치를 넣고 중불로 끓인다.
4.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여 6~7분간 푹 끓인다.
5. 시래기가 부드러워지면 양파와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는다.
6.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 마무리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시래기는 끓이기 전 된장에 미리 버무려야 국물 맛이 겉돌지 않는다.
- 멸치는 통으로 넣어야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 쌀뜨물은 시래기가 자박하게 잠길 정도로 넉넉히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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