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시장이 차세대 항암제 격전지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 벤처가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던 신장 독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신약 개발 기업 프로엔테라퓨틱스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스케일업 팁스(Scale-up TIPS)’에 최종 선정되며 기술 상업화에 박차를 가한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로엔테라퓨틱스는 일반 팁스(TIPS)와 포스트 팁스(Post-TIPS)를 거쳐 이번 스케일업 팁스까지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 민간 투자사와 정부가 해당 기업의 기술적 완성도와 시장 안착 가능성을 수차례 검증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과제에는 아주IB투자가 운영사로 나서 10억 원 이상의 선투자를 집행하며 힘을 보탰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미사일’과 같지만, 그동안 신장 독성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목을 잡아왔다. 기존 리간드로 쓰이는 저분자 화합물이나 펩타이드는 크기가 작아 신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쌓이는 문제가 빈번했다.
프로엔테라퓨틱스는 독자적인 리간드 개발 플랫폼 ‘아트바디(ArtBody®)’와 혈중 약동학적 특성을 조절하는 ‘TAIL™’ 기술을 이 문제의 해답으로 제시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신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종양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해 치료 효율은 높이고 부작용은 억제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 차별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실험실 단계의 성과가 실제 인체 임상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나타날지가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책과제의 핵심 목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인 ‘PRN610’의 임상 진입이다. PRN610은 암세포의 주요 성장 동력인 cMET과 EGFR을 동시에 타격하는 이중 표적 방사성의약품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PRN610은 두 가지 표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종양 세포에만 강력하게 결합한다. 특히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돕는 리간드인 EGF나 HGF의 결합은 방해하지 않는 설계가 적용됐다. 이는 기존 이중 항체 치료제들이 겪던 좁은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용량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중 표적 방식은 단일 표적 대비 설계가 복잡하고 제조 공정(CMC) 난도가 높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프로엔테라퓨틱스가 이번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의 안정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일한 프로엔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번 스케일업 팁스 선정은 독성 부작용을 줄인 항암제 개발이라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회사는 국가신약개발사업을 통해 전이성 대장암 치료를 위한 ADC(항체-약물 접합체) 후보물질 ‘PRN201’도 개발 중이다.
프로엔테라퓨틱스의 전략은 명확하다. 아트바디 플랫폼의 유연성을 활용해 ADC와 방사성의약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이번 스케일업 팁스 협약을 기점으로 방사성의약품 리간드 기술 고도화와 PRN610의 임상 시험 계획(IND) 승인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바이오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현 시장 상황에서, 프로엔테라퓨틱스가 보여준 연속적인 국책 과제 수주와 민간 투자 유치는 기술력에 기반한 정공법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연구실을 넘어 실제 환자들에게 어떤 데이터로 답할지로 향하고 있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