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인 개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연거푸 전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비트코인 붕괴론'에 무게를 두며 투자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현재의 가상화폐 열풍을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사태에 비유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당시 튤립이 투기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튤립 품종은 집 한 채 가격까지 급등했지만 불과 1년 만에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전 재산을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내년 6000만원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공황 당시 뉴욕증시 흐름과 유사"…호재에도 무너진 비트코인, 앞으로가 더 문제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전문가이자 거시경제 학자인 루크 그로멘((Luke Gromen)은 최근 한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내년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원화 약 5900만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온라인 금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금 대비 새로운 고점 형성 실패, 주요 이동평균선 붕괴,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른 암호화폐 생태계 위협 등으로 볼 때 비트코인은 장기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수석 상품 전략가인 마이크 맥글론(Mike McGlone)도 비트코인 붕괴론에 힘을 보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등에서 25년 이상 시장 경험을 보유한 그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1929년 대공황 직전 뉴욕 증시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경고를 내놨다. 맥글론은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엑스)에 "약 100년의 시간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트코인의 차트가 1920년대 다우지수가 9년만에 약 10배 급등하며 거품을 형성했던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며 "비트코인이 최대 1만달러(원화 약 1500만원) 수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적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도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 팟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은 우리 시대의 '튤립 버블'(Tulip Bubble)과 흡사하다"며 "암호화폐는 아무 가치가 없고 비트코인이 10만달러에 도달한 것은 가장 터무니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판매를 둘러싼 투기 현상을 일컫는 단어다. 세계사 최초의 경제 버블 현상으로 평가된다. 당시 튤립이 높은 계약 가격으로 팔리다가 돌연 가격 구조가 붕괴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파산했다.
이미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역대 최고가(원화 약 1억8000만원)를 갱신한 뒤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19일 오후 1시 업비트 기준 1억294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가(1억4000만원대) 대비 10%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의 낙폭은 더욱 뚜렷한 편이다. 최근 3개월 간 알트코인 대장으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30.97% 하락했으며 리플과 솔라나 역시 각각 34.32%, 46.03% 추락했다. 이 외에도 바운드리스(-87.31%), 드리프트(-82.12%), 카바(-76.38%), 레이디움(-70.71%), 세이프(-68.69%) 등 반토막 이상 급락한 코인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는 대량 보유자, 이른바 '고래'들의 매도세가 꼽힌다. 영국의 금융 데이터업체 파사이드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지난 15~16일 총 6억3480만달러(원화 약 93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상장된 9개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도 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5억1070만달러(원화 약 7550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 나왔다.
주목되는 사실은 올해 특별한 매도 요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 2014년 마운트곡스 거래소 해킹, 2018년 중국 당국 규제, 2022년 거래소 도산 및 루나 사태 등과 달리 올해 하락은 특별한 악재가 없는데도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심지어 호재가 더 많았다. 올해 초 친(親) 가상화폐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했으며 지난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지니어스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세 하락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 고래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 행보는 '근본적 가치' 하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직 '미래에 더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다'는 투기 성격의 기대감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도 실체가 모호하다"며 "그나마 투자처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투자처로서의 지위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격이 추락하는 시점에 신규·추가 매수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