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비 고지서 이제 안녕…정부가 작정하고 350만대 뿌리는 '이것'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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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비 고지서 이제 안녕…정부가 작정하고 350만대 뿌리는 '이것'의 정체

위키트리 2025-12-19 15:1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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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마다 돌아오는 난방비 고지서는 늘 두렵다.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가 맹렬히 돌아갈 때마다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지구는 조금씩 더 뜨거워진다. 우리가 쓰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이 바로 이런 열에너지인데, 이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화석연료가 태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 난방 시스템의 판을 완전히 뒤집기로 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대신, 주변의 공기나 땅, 물에서 열을 가져오는 '히트펌프'를 국가 주도로 대대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는 분명하다. 2035년까지 전국에 히트펌프 350만 대를 깔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518만 톤 줄이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계 몇 대 더 팔아보자는 수준이 아니다. 화석연료 중심이었던 대한민국의 난방 지도를 전기로 작동하는 청정 난방으로 다시 그리겠다는 의지다.

히트펌프가 대체 무엇이길래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걸까. 연료를 태워서 열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기나 땅속에 있는 열을 옮겨와서 난방에 쓴다. 덕분에 이산화탄소가 직접 배출되지 않고, 효율은 기존 보일러보다 월등히 좋다. 유럽이나 미국이 이미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점찍고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히트펌프 중심의 미래 청정열 네트워크 개념도 /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부는 우선 도시가스 배관이 닿지 않아 난방비 부담이 컸던 지역부터 챙기기로 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단독주택이나 마을회관 같은 공동시설에 히트펌프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낮에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히트펌프를 돌려 난방을 해결하는, 그야말로 자급자족 난방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노인 요양시설 같은 사회복지시설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훼·채소 재배 농가도 우선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동네 목욕탕이나 수영장, 숙박업소처럼 뜨거운 물을 엄청나게 쓰는 곳들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런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히트펌프로 설비를 바꾸면 설치비를 보조해 주거나 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학교나 관공서 같은 공공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히트펌프를 결합해 건물 스스로 에너지를 해결하는 모델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비싼 설치비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구독 서비스도 도입된다.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히트펌프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목돈 부담 없이 고효율 난방기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2027년부터는 예산 지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더 확대하고 장기 분할 상환 같은 금융 지원책도 검토하기로 했다.

제도적인 걸림돌도 치운다. 그동안 공기열 히트펌프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해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공기 열도 재생에너지의 한 종류로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보급 지원의 근거가 확실해진다.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정부는 알고 있다. 바닥 난방을 선호하는 우리 주거 문화에 맞춰 한국형 고효율 히트펌프 기준을 만들고, 누진제 걱정 없이 쓸 수 있도록 별도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마치 지열 히트펌프처럼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반면 화석연료 보일러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가스보일러 등에 주던 보조금은 줄여나가고, 그 예산을 히트펌프 쪽으로 돌린다. 새로 짓는 건물의 경우, 지금까지는 가스보일러 설치가 당연시되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히트펌프와 가스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질한다. 도시가스가 아닌 전기를 쓰는 냉방 설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전력 부하를 조절할 수 있는 똑똑한 히트펌프 설치를 유도한다.

산업 생태계도 키운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대용량 히트펌프나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초고온 히트펌프 기술 개발에 돈을 쏟아붓는다. 히트펌프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기술 개발부터 유지보수까지 책임질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두고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이번 방안이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에너지를 쓰고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 시작됐다. 2035년, 우리 집 베란다에 가스 배관 대신 히트펌프 실외기가 돌아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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