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섭의 시선N] K-컬처 300조의 꿈, 선언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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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섭의 시선N] K-컬처 300조의 꿈, 선언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뉴스컬처 2025-12-19 15:11:02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내년도 업무계획은 분명 야심차다. ‘K-컬처, 온 국민이 누리고 세계를 품는다’는 비전 아래 K-컬처를 미래 핵심 성장 산업으로 키우고, 외래관광객 3000만 명을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화가 더 이상 부수적 영역이 아닌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가 문화산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환영할 일이다. K팝과 드라마, 영화, 게임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문화의 영향력이 수출과 관광, 소비재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도 가시화됐다. 문제는 이 성과를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추석 연휴에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에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문체부가 제시한 정책들은 왠지 익숙하다. 정책금융 확대, 제작 지원 강화, 시설 투자, 해외 진출 지원 등 ‘공급 확대형 정책’이 여전히 중심이다.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 산업을 보자. 대작 영화와 중예산 영화에 대한 지원은 반갑지만, 극장과 배급,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수익 배분 구조의 왜곡은 그대로다. 관객 감소의 원인을 ‘콘텐츠 부족’으로 돌리는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다. 관객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아올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K-OTT)와 제작사의 공동 IP 보유를 확대하겠다는 방침 역시 방향은 옳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국내 사업자가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제작 지원이 아니라 스케일을 키울 수 있는 자본시장 연계와 과감한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둬야 한다. 보호만으로는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K팝 정책에서도 비슷한 기시감이 든다. 공연장 확충, 돔구장 건립, 해외 공연장 확보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K팝 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시설이 아니라 아티스트 노동 구조, 정산 투명성,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산업일수록 내부의 불균형은 더 크게 작용한다.

미국 토니상 6관왕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NHN링크
미국 토니상 6관왕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NHN링크

뮤지컬과 전통문화, 푸드·뷰티·패션으로 K-컬처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은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K-컬처’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포괄하려는 순간, 정책의 초점은 흐려질 수 있다. 브랜드는 확장보다 신뢰 관리가 중요하다.

관광 3000만 명 조기 달성 목표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숫자는 성과를 보여주기 쉽지만, 관광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외래객의 수도권 집중, 낮은 재방문율, 지역 관광의 낮은 수익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특히 바가지요금 근절을 캠페인과 모니터링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를 드러낸다. 관광객 신뢰는 홍보가 아니라 가격 투명성과 책임 있는 사업자 구조에서 나온다. 시장 질서가 바로 서지 않으면 관광객 수는 늘어도 산업은 남지 않는다.

스포츠 분야의 개혁 의지도 중요하다. 폭력 근절과 체육회 개혁, 생활체육 확대는 국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다만 체육계 개혁은 선언보다 실행의 지속성이 관건이다. 과거 수차례 반복된 개혁 약속이 흐지부지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각오가 필요하다.

예술인 복지 강화와 문화 향유 기회 확대는 문화국가로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다만 복지가 창작의 자립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정책은 소모성에 그칠 수 있다. 지원은 보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어야 한다.

K팝 댄스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연합뉴스
K팝 댄스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연합뉴스

K-컬처는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산업으로, 그 성과는 K팝,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원 확대가 아니라, 산업이 자율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교한 정책 설계다. 정부의 역할은 키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어야 한다.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키울까’가 아니라 ‘어떻게 안정적 구조를 만들까’로 전환돼야 한다. 지원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산업이 자립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는 손을 대는 위치와 개입의 범위를 전략적으로 조정하면서 시장 자율과 구조 정비에 집중해야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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