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청약을 넣어도 당첨 기대는커녕 향후 가격 부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마저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최근 청약 성적을 보면 분양시장이 단순한 조정 국면을 넘어 구조적인 수요 위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 초반까지 떨어졌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경쟁률은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락 흐름을 보였고, 최근에는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5월 이후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청약 수요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신호는 미달 단지 비중이다. 11월 분양에 나선 단지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곳이 1순위에서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청약 미달 속출… ‘될 곳만 되는’ 분양시장, 구조적 수요 위축 신호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미달 비율이 급증했으며, 일부 단지는 경쟁률이 0.1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청약 참여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신규 공급 물량을 시장이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양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하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미달이 일상화되는 반면, 입지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일부 단지에만 청약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달 분양임에도 한쪽에서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 기록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청약자가 거의 없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동시에 벌어졌다. 분양시장이 ‘전반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 위축의 배경으로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함께 지목된다.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분양가가 이미 높은 단지의 경우, 당첨 이후 잔금 부담과 향후 시세 하락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청약 자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분양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청약만 되면 안전하다’는 과거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입지, 분양가, 금융 부담을 종합적으로 따지지 않으면 당첨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청약을 포기하거나 계약을 망설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모든 단지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교통, 생활 인프라, 직주근접 여건이 뚜렷한 지역이나 희소성이 높은 상품에는 여전히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이는 분양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기보다, ‘될 곳만 되는’ 선별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에게도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턱대고 청약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금리 흐름, 공급 물량, 지역별 수급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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