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이면 살까?” 제네시스 GV90, 롤스로이스 가격대와 비슷

▲ 제네시스 GV90 스파이샷 <출처=카스쿱스>

제네시스 GV90이 새해 공식 데뷔를 앞두고 위장막을 거의 벗은 모습으로 포착되며, 단순한 신차 공개 이상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전기 SUV이자, 무필러 코치 도어라는 파격적인 설계를 앞세운 GV90은 이제 디자인보다도 “이 정도 가격이면 과연 살 만한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프로토타입 스파이샷을 보면 GV90은 기존 제네시스 SUV와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긴 휠베이스와 웅장한 차체 비례, 플러시 도어와 무필러 구조를 암시하는 측면 디자인은 명백히 초럭셔리 세그먼트를 겨냥한다.

▲ 제네시스 GV90 스파이샷 <출처=카스쿱스>

이는 단순히 벤츠 EQS SUV나 BMW iX를 경쟁 상대로 삼기보다는, 롤스로이스 스펙터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까지 넘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내 역시 네오룬 콘셉트에서 이어진 ‘이동하는 라운지’ 개념을 핵심으로 도입했다. 전동화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넓은 공간, 극대화한 개방감, 그리고 장인정신 중심의 소재 구성은 운전자 중심보다는 탑승자 중심의 럭셔리를 지향한다. 이 점에서 GV90은 전통적인 SUV보다는 쇼퍼 드리븐 성향의 초대형 럭셔리 EV에 가깝다.

▲ 제네시스 GV90 스파이샷 <출처=카스쿱스>

이런 시점에서 점점 더 관심을 쏠리는 부분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GV90의 국내 출시 가격이 2억 원대 초중반에서 시작해, 옵션 구성에 따라 3억 원에 근접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는 현행 제네시스 최상위 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수입 초럭셔리 브랜드와 정면으로 겹치는 가격대다.

이 가격대에서 GV90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비교 대상은 명확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나 BMW iX는 물론, 심지어 롤스로이스 스펙터와도 일정 부분 겹친다. 브랜드 역사와 상징성만 놓고 보면 제네시스는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3억 원이면 롤스로이스”라는 인식은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GV90은 단순한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경쟁을 피하려는 전략을 보인다. 무필러 코치 도어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 출원된 다층 도어 실링 구조, 정교한 래치 신칭 시스템, 내구성을 고려한 처짐 방지 설계 등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럭셔리가 아니라, 실제 사용 품질을 전제로 한 엔지니어링이다. 이는 ‘국산차라면 경쟁 외제차보다 저렴해야 한다’라는 기존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GV90은 누구를 위한 차일까. 이 차는 제네시스 엠블럼이 아니라 완성도와 공간, 첨단 기술, 정숙성, 차별화된 구조 자체에 가치를 두는 고객을 겨냥한다. 브랜드보다는 실체를 중시하는 초고가 EV 수요층에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 제네시스 GV90 스파이샷 <출처=카스쿱스>

결국 GV90은 “가성비”로 평가할 차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런 관점에서 GV90의 성공 여부는 판매량이 아니라, 제네시스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브랜드인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거론되는 가격대라면 GV90은 무작정 많이 팔기 위한 SUV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모델로 봐야 한다. 이 가격이면 과연 살까? 누군가는 고개를 젓겠지만, 누군가는 망설임 없이 선택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