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9단으로 불리는 살림 고수들 사이에서는 변기 청소에도 요령이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식탁 위에서 요리의 풍미를 더하던 후추가 욕실 변기 청소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엉뚱한 사용법처럼 보이지만, 식초와 만났을 때 놀라운 세정 능력을 발휘한다. 독한 화학 약품 냄새 없이 욕실의 물때와 악취를 동시에 잡아내는 천연 살균제가 되는 셈이다. 아래는 부엌 찬장 속 재료만으로 변기 찌든 때를 관리하는 살림 비법을 정리했다.
후추와 식초의 살균 시너지
후추와 식초의 조합이 세정제로 쓰이는 이유는 각 재료가 가진 성분 때문이다. 후추의 매운맛을 내는 핵심 성분인 '피페린'은 단순히 맛을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성분은 세균의 껍질을 뚫고 들어가는 항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산성을 띠는 식초가 더해지면 세정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은 물때의 원인인 칼슘과 마그네슘을 녹여 분해한다. 살균력 또한 입증됐다. 실제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천연 식초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 원인균 제거율이 95% 이상에 달한다.
즉, 식초가 일차적으로 세균의 보호막과 오염 물질을 흐물흐물하게 만들면, 그 틈으로 후추의 피페린 성분이 침투해 남은 세균과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5분이면 완성하는 천연 세제
준비물은 굵은 흑후추와 식초, 그리고 분무기만 있으면 된다. 우선 흑후추 2큰술을 믹서나 절구로 곱게 간다. 통후추를 그대로 넣기보다 가루로 만들었을 때 성분이 더 잘 우러난다. 후춧가루를 유리병이나 분무기 통에 담고 식초 약 400ml를 부어 골고루 섞어준다.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3일 정도 실온에 두어 숙성하면 후추의 핵심 성분이 식초에 충분히 녹아들어 세정력이 더 좋아진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완성된 용액을 변기 안쪽 깊숙한 곳과 테두리, 혹은 물때가 낀 타일 틈새에 넉넉히 뿌린다. 약 30분 정도 그대로 두어 때를 불린 뒤, 물을 내리거나 청소 솔로 가볍게 문지르면 된다. 식초가 물때를 분해하고 후추가 악취 원인균을 잡아 욕실 공기가 한결 쾌적해진다.
호흡기 걱정 없는 안전한 청소
시중에서 판매하는 강력 세정제는 락스 성분 차아염소산나트륨이나 인공 향료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밀폐된 욕실에서 이를 사용하면 눈이 따갑거나 호흡기에 자극을 줄 우려가 있다.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면 후추와 식초를 섞은 천연 세제는 인체에 해가 없다. 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또한 물에 씻겨 내려가도 수질 오염을 일으키지 않아 환경 보호에도 보탬이 된다. 재료비 역시 저렴해 경제적이다. 유통기한이 지나 먹기 찜찜한 후추나 식초가 있다면 버리지 말고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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