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월오일이 이끄는 네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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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월오일이 이끄는 네버랜드

바자 2025-12-19 08:0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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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맘때면 오월오일의 ‘Cherry Roman Candle’을 듣는다. 서정적인 가사와 풍성한 밴드 사운드가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일까. 매일을 5월 5일처럼 여기며 살고 싶다는 이들의 음악에는 그런 순수함이 있다.

왼쪽부터 곽지현, 류지호, 장태웅
왼쪽부터 곽지현, 류지호, 장태웅

‘오월오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류지호(보컬) 원래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해병대에서 만난 지현이 음악을 하자고 꽤 오랫동안 설득했다. 설득에 넘어간 날 둘이 연어덮밥을 먹으러 갔는데, 같이 줄 서던 손님들 앞에서 버스킹처럼 막 노래를 했다. 그러고 나서 식당 사장님이 농담 삼아 난센스 퀴즈를 내셨다. “어린이가 제일 좋아하는 기름은?” 내가 답을 맞혀버린 거다. 오월오일(oil). 팀명을 지을 때 그 순간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 노래를 가장 처음 들려준 곳이니까.

곽지현(리더, 신시사이저) 이름만 들으면 해맑은 아이의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실상은 해병대 나온 어른 셋이다.(웃음) 팬분들도 그 갭을 좋아해 주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순수한 언어가 어른의 언어보다 진중할 때가 있다.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순수하고 솔직한.



데뷔 6년 차, 지난 2월 발매한 ‘Cherry Roman Candle’이 애플 뮤직 올해의 노래에 선정되었다. 각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곡인지 궁금하다.

류지호 당진 송 캠프 때 만든 곡이다. 지현이 가져온 탑 라인을 듣자마자 6년 전쯤 쓴 글이 번뜩 떠올랐다.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폭죽을 쏘는 모습을 보며 쓴 글. 삶이 폭죽처럼 빛났다 사라지는 거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터져야 할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들을 어떻게 예쁘게 펼쳐 보일 수 있을까. 그 내용이 가사가 됐다. 제목도 그때 본 폭죽 이름에서 따온 거다.

장태웅(기타) 무대 할 때마다 셋이서 뚝딱뚝딱 힘을 합치던 송 캠프가 떠오른다. 셋리스트에서 이 곡은 늘 마지막 곡이다. 폭죽이 팡 터지는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 너무 행복해서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게 된다.

곽지현 비슷하다. 과장 보태서 은퇴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웃음) 폭죽처럼 정해진 횟수 안에 터뜨려야 할 것 같은 비장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한다. 하나 떠오르는 기억은 여름에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끝나고 다 같이 밤바다에서 이 노래 틀어놓고 폭죽을 쏘던 거다. 벅차기도, 허무하기도 하더라. 다들 해봤으면 좋겠다.



동화 같은 가사라고 하면 두 번째 EP 앨범의 ‘Echo’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류지호 날지 못하는 새 에코가 주인공이다. 다섯 곡 정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데, 동식물이 말하고 생각하는 판타지 세계다. 에코는 남들과 다르다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꽃나무가 가득한 숲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계절은 변하고, 꽃나무는 시들고 만다. 사랑하는 것들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에코는 마침내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서게 된다. ‘Echo’에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꽃나무야, 난 그걸 사랑한 거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참 슬프겠지만 사랑은 돌아오는 거래 – ‘Echo’ 中






요즘 가장 많이 떠올리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류지호 고요함. 조용한 상태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 집중하는 게 재밌다. 예를 들어 아침에 침대에서 나와 처음 발 내딛는 소리, 방문 여는 소리, 강아지가 내는 소리… (속삭이며) 고요-할 때 나는 소리들.

곽지현 실제로 〈FRUTO〉 앨범의 ‘잠자리, 풀, 옆’이라는 곡에 일상 속 소리가 재료로 많이 쓰였다. 웃기지만 중요한 일이다.

장태웅 마음의 평안함. 나에겐 늘 불안과 설렘에서 비롯된 떨림이 있는 것 같다. 이 떨림에 영향을 덜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오월오일의 노래를 한 곡씩 추천하자면.

곽지현 ‘Magic Train’. 계절이 바뀔 때 달라지는 공기 냄새 같은 것들을 담은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한 해를 회고하면 좋겠다.

장태웅 ‘Echo’. 추운 계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래”라고 말하는 에코도 이런 기분이겠지. 가사처럼 사랑하는 것들은 분명 다시 돌아올 테니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겨울을 잘 보내자고 말하고 싶다.

류지호 ‘Cherry Roman Candle’. 한 해를 쏘아 올리는 폭죽이 될 거다.



2026년 목표는?

류지호 아직 확실하게 정한 건 없지만, 내년에는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앨범을 상상하면 드넓은 땅에 풀이 삐죽 나와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나무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 설레고 즐겁다. 그리고 내년에는 우리 세 명 다 30대가 된다. 괜히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음악이 지겨울 때까지 해보고 싶다.



오월오일은 어떤 밴드로 남고 싶나?

류지호 누구에게나 5월 5일이 특별했던 시절이 있지 않나. 우리는 매일을 특별하게 여기려고 한다.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억하고 노래하는 팀으로 남으면 좋겠다.




{ 밑줄 긋고 싶은 오월오일의 가사 5}

한 호흡에 가득 담아뒀던 ‘사랑해’라 했었나 / 그래, 우리 모두 가요 (Cherry Roman Candle)

산을 오를 때에 떨어진 추억을 우리가 밟고 있었나 봐 / 지나온 그 길을 돌아봤어야만 했는데 / 우리는 이렇게 먼 곳을 봤나봐 (Tree)

마음껏 줄 수 있는 사랑은 있어야 만나는 게 아니라 두 눈에 달려있는 거야 / 피어나는 마음의 꽃을 눈에 가득 담아 너에게 줄게 (Scentria Forest)

아 잠깐만 난 여기 혼자 있는데 누가 날 따라서 울었다는 게 / 익숙한 공기에 사랑을 했던 이유인 거야 (Echo)

흰 눈이 말라 갈 때 피어날 나에게 주고 싶은 말 / 수백 가지 하늘이 꼭 너를 품에 안을 거야 / 다시 말해 날 수 있을 거야 (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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