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묻은 투박한 겉모습은 영락없는 고구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전혀 다른 식감이 느껴진다. 퍽퍽함 대신 배나 무처럼 아삭하고 시원한 단물이 입안 가득 배어 나오는 탓이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건너온 뿌리채소 '야콘'이 그 주인공이다.
단맛이 강해 당뇨 환자는 피해야 할 작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야콘의 혈당지수는 15 정도로, 55 안팎인 고구마보다 3배 이상 낮다. 이 때문에 '천연 인슐린'이라 불리며 신체 관리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섭취해도 몸에 남지 않는 단맛
야콘의 핵심 특징은 단맛이 강하면서도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야콘에 함유된 '프락토올리고당' 때문이다. 야콘의 단맛을 내는 이 성분은 인간의 소화 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섭취하더라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성질이 있다. 덕분에 당뇨 환자도 혈당 걱정을 덜고 섭취할 수 있다.
혈당지수와 열량 또한 부담 없는 수준에 그친다. 달콤한 맛을 내는 대표적인 뿌리채소인 고구마와 비교해도 열량이 현저히 낮아, 체중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맞은 식재료다.
장 건강 지키는 천연 영양제
장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야콘에 풍부한 프락토올리고당은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까지 내려가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이를 통해 유해균을 억제하고 장운동을 촉진한다. 평소 소화가 느리거나 변비 증상이 있다면 식단에 포함해볼 만하다.
이 외에도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성분이 많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은 혈액 속 산화 물질을 제거해 노화를 늦춘다. 또한 다량 함유된 '칼륨'은 체내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해 혈압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C도 고루 들어있어 환절기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된다.
생으로 먹을 때 가장 좋아
야콘은 고구마처럼 찌거나 굽기보다 과일처럼 껍질을 깎아 생으로 먹을 때 아삭한 식감과 영양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갓 캔 야콘은 단맛이 덜하고 껍질 쪽에서 떫은맛이 날 수 있다. 이때는 껍질을 벗긴 뒤 찬물이나 소금물에 잠시 담가두면 맛이 한결 깔끔해진다.
구입 후 바로 먹기보다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1~2주 정도 두어 후숙 과정을 거치면 당도가 훨씬 높아진다. 생으로 먹는 방식 외에 샐러드 재료로 쓰거나, 믹서에 갈아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보관 시에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신문지로 개별 포장해 서늘한 곳에 두면 2주가량 신선함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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