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삼가+하다'라는 선입견을, 삼가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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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삼가+하다'라는 선입견을, 삼가 떠나보내며

연합뉴스 2025-12-19 05:55:00 신고

# 이용을 삼가하기 바랍니다.(X) / 야외활동을 삼가했다.(X) / 출입을 삼가하라고 당부했다.(X)

국어책에서 마르고 닳도록 가르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가 기본형이므로 '삼가하다' 활용은 잘못됐다는 가르침 말이다. 세 문장 모두 바로잡는다. # 이용을 삼가기 바랍니다.(O) / 야외활동을 삼갔다.(O) / 출입을 삼가라고 당부했다.(O)

'삼가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를 뜻한다. 말을 삼가고 행동을 삼가고 만용을 삼간다고 한다.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다'라는 뜻도 나타내 술을 삼가고 담배를 삼가고 외출을 삼간다고 할 수 있다. 상(喪)을 당한 이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 때 삼가 역시 삼가다의 어간이 부사로 굳은 것이다.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명복을 빕니다 하고 말한 셈이다.

'삼가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삼가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사정이 이런데도 삼가해 주세요, 삼가하기 바랍니다, 삼가했다 하는 오류가 지속되는 건 왜일까. 출근하다, 일하다, 실천하다, 공부하다, 운동하다처럼 [삼가+하다] 형태로 이 낱말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여기서 '삼가'는 출근, 일, 실천, 공부, 운동처럼 따로 쓰이는 명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한자어도 아니다. 그저 덩어리로 '삼가다'임을 안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삼가다 류라 해야 할까. 그런 말로 '서슴다'와 '머금다'를 꼽는 경우를 본다. 서슴다는 '서슴지' 꼴로 않다·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인다는 뜻을 보인다. 서슴지 말고 대답해라 / 서슴지 않고 싸웠다 / 조금도 서슴을 것 없이 / 서슴지 않아 온 처지 /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 한 입으로 두말하기를 서슴지 않는 것과 같은 용례가 있다. 또 머금다는 담배 연기를 입안에 머금고, 슬픔을 머금고, 눈물을 머금은 채, 웃음을 머금다처럼 쓰인다. 이 세상에 삼가하다, 서슴하다, 머금하다는 없다. 삼가다, 서슴다, 머금다가 있을 뿐.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표준국어대사전

2.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3.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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