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업계, 조단위 투자·운영비에 난색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전날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경제 전반의 녹색대전환 기조 아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구체화기로 방침을 정하자 국내 철강·석유화학업체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2018년 대비 53~61%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2023 NDC 이행 및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방안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최소 2억910만톤(t)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 전체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4500만t)의 약 4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글로벌 기후협력을 위한 약속한 파리협정을 탈퇴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설정하는 등 기후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종 특성상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어 NDC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서다. 국내 수요 위축과 중국 등 글로벌 공급 과잉, 고관세 영향 등의 악재를 겪는 철강업계는 탄소감축을 위해 인위적으로 철강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철강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750만t으로 감축하기 위해선 탄소배출권 구매비를 제외하고 1조3000억원의 투자비와 3조6000억원의 운영비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 2대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치에 이익에 해당하는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 지원과 철스크랩 공급 안정화 정책, 탄소 저감 강제 인증제도 마련과 수요 확대 등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며 “과도하게 정부에서 감축안만 밀어붙이며 결국 철강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게 되면 고용이 줄고 철강이 필수재로 쓰이는 주요 전방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 확대로 전기료부담 불가피…“업종·지역별 인하 필요”
수익성 악화로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석화업계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자율개편안 압박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탄소·친환경 제품 전환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아크 기술은 원료 부족, 설비 투자비 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기준에 따라 철강·석화업계에선 배출권을 구매를 위해 현금 유보를 늘리거나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재정 지원이나 인프라 확충 정책 등이 병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제적인 추세를 외면할 수 없지만 기후환경부가 전력 투구하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관련 기업들의 퇴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산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업종별 협회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4차 계획기간 동안의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을 조사한 결과 △철강 5141억9000t △정유 1912억2000톤 △시멘트 1898억9000t △석유화학 1028억8000t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배출권 가격을 5만원으로 가정해 계산하면 4차 계획기간 동안 총 배출권 구매비용이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발전업종 유상할당 확대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분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련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산업위기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하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산업 생태계 붕괴를 가속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시사했다. 김성환 기후환경부 장관은 전날 업무보고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관련 “국가균형발전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가 국가균형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고,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