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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스텔란티스,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 판매 비중이 높은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기업들이 탈탄소 규제 완화에 발맞춰 전동화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맺은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을 해지하기로 발표한 포드에 이어 완성차 업계가 전방위적으로 전기차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꾸고,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도 백지화했다. 포드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아니었던 만큼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드는 SK온과의 합작법인(JV) 계약도 청산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정책을 바꾸는 배경은 미국과 EU 탈탄소 정책 변화의 조정이 그 배경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1일부터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보조금 세액공제 혜택을 종료했다. EU는 2035년 시행하기로 한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K배터리는 우선 북미 시장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주를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에 더해 탈탄소 정책의 속도조절이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 같은 전략 변화는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며 “배터리 기업에는 생존 전략을 다시 짜는 게 중차대한 일이 됐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무리한 탈탄소 정책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미국 온실가스 50~52% 감축이라는 국가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반도체 산업에서 칩스법(CHIPS)과 환경영향평가(NEPA) 면제를 통해 반도체 공장 투자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친환경 정책을 펼쳤던 바이든 정부에서도 반도체만큼은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고 판단, 반도체 공장 건설시 받아야 하는 온실가스배출·대기·수질·유해화학물질·생태계 영향 환경평가에서 면제를 해준 것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탄소감축을 강하게 추진하면 피해가 발생하는 산업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라며 “기업이 이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기업 경영상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완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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