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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김성주 이사장이 첫 번째로 공단을 이끌던 시절 홍보실장으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특히 젊은 세대의 깊은 불신이라는 벽에 직면해 있었다. ‘연금을 믿을 수 있는가’, ‘과연 내가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됐지만 기존의 설명 방식만으로는 좀처럼 오해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그 당시 김 이사장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 공공기관으로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전략적으로 강화했고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연금이’ 캐릭터를 만들어 국민연금을 보다 친근한 존재로 풀어냈다. 딱딱한 제도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한 이 시도는 젊은 세대로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고 국민연금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김 이사장의 리더십을 떠올리면 애틋한 장면 하나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그는 공단에 재직하던 시절 아침마다 출근에 앞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당연하게 여겼던 그 습관은 공단을 대하는 태도와도 닮았다. 맡은 자리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책임을 생활 속 윤리로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조직 운영 전반에도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이번 임명을 앞두고 나눈 대화에서도 그의 시선은 분명했다. 그는 지난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가장 잘한 일로 인사제도 개선을 꼽았다. 특히 승진제도를 손질해 연공보다 성과와 책임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이는 조직 내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고 공단 전반에 책임감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반면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연금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을 들었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정치·사회적 합의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 대한 솔직한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간의 경험을 모두 쏟아 연금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 규모는 1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2200만 가입자의 노후가 집적한 결과다. 이 거대한 자산의 무게에 대해 그는 기금 운용은 수익률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맡았다는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그의 재임 시절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내외 시장 변동성이 큰 환경 속에서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제도화하며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연금은 정권의 정책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삶 그 자체다. 공단 이사장은 그 무게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해야 하는 자리다. 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김 이사장에게 쏠리는 시선이 남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아침 부모님께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던 그 마음으로, 2200만 가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섬기는 자세로 공단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 다시 시작된 연금의 시간. 이제 그 여정이 국민의 신뢰 속에서 차분히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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