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의 욕망과 권력을 정면으로 마주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을 보기 전 관전포인트 4를 꼽았습니다.
세기의 캐스팅 – 현빈 vs 정우성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출발점이자 가장 강력한 화제성은 단연 현빈과 정우성의 만남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온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정면으로 연기 대결을 펼친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시청할 이유는 충분하죠. 현빈은 백기태 역을 맡아, 부와 권력이라는 목표 앞에서 점점 제어력을 잃어가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그동안 로맨틱하거나 바른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던 얼굴을 지우고, 욕망에 충실한 인물의 불안과 공격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말투와 시선, 몸의 리듬까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입니다. 정우성은 장건영 검사로 분합니다. 동물적인 직감과 집요함으로 백기태를 끝까지 추적하는 인물로, 〈서울의 봄〉에서 보여준 강직하고 절제된 리더의 얼굴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정의감보다는 집념에 가깝고, 대의보다는 개인적 확신이 앞서는 캐릭터입니다.
우민호 감독 × 하이브미디어코프, 검증된 제작진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연출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권력 구조를 가장 집요하고 영화적으로 파헤쳐온 우민호 감독의 첫 시리즈물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늘 권력이 작동하는 밀실,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공간, 선택의 순간에 인물을 몰아붙이는 압박을 탁월하게 그려왔는데요. 이번에는 그 장기를 시리즈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공기와 분위기로 이해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제작은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웰메이드 시대극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맡았습니다. 대규모 세트와 철저한 고증, 의상과 소품 하나까지 시대의 결을 놓치지 않는 제작 방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합니다. ‘영화 같은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의 밀도를 유지한 채 확장된 드라마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지금 가장 강력한 조연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서사는 주연 두 명의 대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박용우, 우도환, 조여정, 서은수, 원지안, 정성일 등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들이 포진해, 이야기의 밀도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박용우는 권력의 이면을 상징하는 인물로, 말 한마디 없이도 장면의 무게를 장악합니다. 우도환은 젊은 야망과 불안정한 에너지를 동시에 품은 캐릭터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조여정은 시대의 욕망과 타협을 체현하는 인물로 서사의 방향을 미묘하게 비틀고, 서은수와 원지안은 1970년대라는 시대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감당해야 했던 선택과 제약을 각기 다른 결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정성일 특유의 서늘하고 계산적인 존재감이 더해지며, 인물 간의 힘의 구도는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격동의 1970년대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컷/ 출처: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또 다른 주인공은 1970년대 대한민국입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성장이 미덕이던 시대이자, 부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이 용인되던 시간입니다. 촌스럽지만 묘하게 낭만이 남아 있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잔혹한 얼굴을 가진 시대입니다. 드라마는 이 모순적인 시기를 배경으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인물의 선택 하나하나를 밀어붙이는 압력으로 작동시키며, 결국 인간이 시대를 만드는지, 시대가 인간을 만드는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레트로한 미장센, 과장되지 않은 색감, 공간이 주는 위압감까지. 화면 곳곳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제목이 가진 아이러니가 서서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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