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농민 시위 속 EU 정상회의…젤렌스키도 브뤼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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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농민 시위 속 EU 정상회의…젤렌스키도 브뤼셀 도착

연합뉴스 2025-12-18 22:22:56 신고

러 동결 자산 활용한 우크라 지원·남미 FTA 등 굵직한 현안 논의

'유럽 맹공' 트럼프 앞 시험대…파열음 봉합하고 단합 이룰지는 불투명

18일 브뤼셀에서 EU-메르코수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유럽 농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18일 브뤼셀에서 EU-메르코수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유럽 농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트랙터를 동원한 유럽 전역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를 펼치는 가운데 올해 마지막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했다.

EU 27개국 정상은 이날부터 이틀간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주재로 이틀간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표결 등 향후 유럽 전체의 운명을 가를 굵직한 의제들을 논의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이 쇠퇴하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할지를 모르는 나약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연일 유럽을 맹공하고 있는 시점에 열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공공의 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EU 정상회의 하루 전날 EU 지도자들을 러시아의 파멸을 바라는 '돼지들'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어느 때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회의 직전까지 주요 의제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성과 도출이 쉽지 않거나, 설령 합의에 이르더라도 진통이 예상된다.

AFP 등 외신은 이번 회의가 유럽이 금융 위기로 휘청거리던 2008∼2010년, 국가부도 직전에 몰려 구제금융을 받던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2015년 EU 정상회의 이후 가장 높은 긴장 속에 소집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18일 브뤼셀 시내에서 시위를 펼치는 농민들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18일 브뤼셀 시내에서 시위를 펼치는 농민들 [AFP 연합뉴스]

회의는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EU 집행위원회 본부 등 EU 주요 기관이 밀집해 있는 브뤼셀 시내 곳곳이 대규모 농민 시위 여파로 차단되는 어수선한 기류 속에서 1시간 반 늦게 막이 올랐다.

주최국 벨기에와 인접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EU 회원 27개국 전역에서 온 농민들은 트랙터 100여대를 몰고 브뤼셀 중심 광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로 인해 시내 주요 도로가 봉쇄되고 통행이 제한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브뤼셀 당국은 EU 정상회의가 이어지는 19일까지 농민 1만명이 결집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민들은 메르코수르와의 FTA를 밀어붙이고 있는 EU 집행부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벨기에 농민 막심 마비에는 AFP에 "메르코수르에 반대하기 위해 왔다"며 남미와의 FTA 통과를 독려하는 EU 집행부를 겨눠 "유럽이 독재로 흐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8일 브뤼셀에서 EU-메르코수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유럽 농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18일 브뤼셀에서 EU-메르코수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유럽 농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한 EU 수뇌부는 오는 20일 이구아수 폭포로 유명한 브라질 파라나주(州)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메르코수르와의 FTA 서명을 진행하고 25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이번 정상회의에서 표결을 통한 최종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유럽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와 수입 통제 강화, 중남미 상품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막판 제동을 걸며 메르코수르와의 FTA 승인 안건이 표결에 부쳐질지 여부도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역시 이런 자산의 대부분이 예치된 벨기에의 강력한 반발을 아직 넘지 못한 터라 파열음을 봉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이번 회의서 동결 자산 2천100억 유로 가운데 900억 유로를 초기 대출금으로 쓰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 동결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한 벨기에는 향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고 러시아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회의 직전까지 러시아 동결 자금에 손대는 게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각국에 반대를 종용하며 EU 내 합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이탈리아와 불가리아, 몰타도 벨기에 편에 가세한 상황이다.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 체코는 애초부터 우크라이나 지원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를 의식한 듯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17일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법뿐 아니라 '플랜 B'인 유럽 공동 채권을 발행해 우크라이나를 재정 지원하는 방안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정상회의에 맞춰 브뤼셀에 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 연합뉴스]

EU 정상회의에 맞춰 브뤼셀에 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와의 전쟁이 4년을 향해가며 돈줄이 마른 우크라이나는 이번 EU 정상회의를 어느 때보다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직접 회의가 열리는 브뤼셀로 찾아와 EU 정상들에게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자국을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브뤼셀로 향하기 전 키이우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회의의 결과는 러시아가 내년에도 싸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배상금 대출을 승인해 우크라이나가 자금 부족 때문에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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