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과육과 아삭한 식감 덕분에 식후 디저트로 사랑받는 참외.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따져보면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 바로 수박, 호박, 오이와 같은 박과에 속하는 '채소(과채류)'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 유독 즐겨 먹는 참외는 본래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멜론과 같은 줄기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후 한국 기후에 맞춰 정착하며 껍질이 노랗고 줄무늬가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한국의 뚜렷한 일교차와 배수가 잘되는 토양 환경, 그리고 농가의 섬세한 재배 기술이 더해져 당도가 높은 작물로 발전했다. 이후 해외에서는 코리안 멜론이라 불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물로 자리를 굳혔다.
수분과 엽산 함유량 높아 껍질 섭취가 유리
참외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 성분도 훌륭하다. 수분 함량이 매우 높아 땀 배출이 많은 시기에 섭취하면 갈증을 해소하고 체내 수분을 보충하기 알맞다. 또한 참외 속 '엽산'은 세포 분열과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다. 참외는 과채류 중에서 엽산 함유량이 월등히 높은 편에 속한다. 하루에 1~2개만 먹어도 일일 권장량을 넉넉히 채울 수 있을 정도다.
과육뿐만 아니라 껍질에도 영양소가 가득하다. 껍질 바로 아래에는 '베타카로틴'과 '쿠쿠르비타신' 성분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해 눈을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쿠쿠르비타신은 해충으로부터 식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쓴맛 성분인데, 섭취 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거나, 껍질을 최대한 얇게 깎아 과육과 함께 먹는 편이 낫다.
씨앗 먹으면 배탈 난다? 오해와 진실
참외를 깎을 때 씨앗을 숟가락으로 긁어내는 경우가 많다. 소화가 안 되거나 배탈이 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싱싱한 참외라면 씨앗과 그 주변의 하얀 부분인 '태자리'를 함께 먹는 것이 몸에 이롭다.
씨앗이 붙어 있는 하얀 태자리는 과육보다 당도가 높고, 엽산과 비타민C가 가장 많이 농축된 부위다. 씨앗 자체에도 영양이 있다. 참외 씨에는 리놀렌산 같은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이 들어있다.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를 돕고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섭취를 피해야 할 때가 있다. 상온에 오래 두어 참외 속이 물처럼 변했거나 술 냄새가 나는 경우다. 이는 과육이 발효되어 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때는 씨앗 주변에 세균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긁어내고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기능성 성분 '가바(GABA)'
한국 토종 작물로 여겨지던 참외는 이제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21개국에 수출되며 한국 참외만의 고유한 맛과 품질을 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시장의 반응은 남다르다. 참외를 그저 달콤한 간식이 아닌, 신체에 이로운 기능성 식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핵심은 참외에 풍부한 '가바(GABA)' 성분이다. 뇌 신경 전달 물질인 가바는 흥분한 신경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효능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으로 이어졌다. 2023년 8월, 일본 소비자청은 한국산 참외 속 가바 성분이 '일시적인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정식 등록했다. 이번 등록은 한국 참외가 맛있는 과채류를 넘어 신체 관리를 돕는 기능성 작물로서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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