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440110)는 혐의를 다투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중심으로 한 사업의 지속성과 기술 경쟁력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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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소로 법정 공방 불가피…“성실히 소명” 강조한 파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파두 경영진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파두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지난해 12월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계자를 송치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검찰은 파두가 2023년 8월 코스닥 상장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연간 예상 매출을 1203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상장 이후 공개된 2·3분기 매출이 약 4억원에 그친 점을 문제 삼았다. 특사경은 파두 경영진이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등으로 매출 급감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파두 주가는 상장 직후 한 달간 30% 넘게 오르며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으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매출 부진이 드러나며 급락했다. 파두는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고, 주가는 3거래일 만에 약 45% 하락했다.
이에 대해 파두 측은 “2023년 상장 당시 반도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재는 고객사 확대와 매출 증가, 실적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등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재판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두는 수사 초기부터도 “매출 전망은 당시 수주 상황과 시장 환경을 토대로 산정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허위 기재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향후 재판에서는 상장 당시 정보 공개의 적정성과 고의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부각되는 SSD 컨트롤러 기술 경쟁력
업계에서는 이번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파두의 사업 영역 자체는 중장기 산업 구조 변화의 흐름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두는 NAND를 생산하는 메모리 업체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컨트롤러는 NAND의 읽기·쓰기 방식과 전력 효율, 병렬 처리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AI 추론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저장 구조가 변화하면서 SSD는 단순 저장장치를 넘어 연산 파이프라인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NAND 공급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동일한 메모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SSD를 부품이 아닌 플랫폼 단위로 검증·채택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컨트롤러와 펌웨어, 장기 공급 안정성을 함께 평가하는 구조에서 SSD 컨트롤러 전문 기업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AI 확산에 따른 기업용 SSD 수요 증가를 언급하며, 파두의 매출 회복 흐름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eSSD 채택 확대와 신규 고객사 확보가 이어질 경우 실적 개선 여지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저장장치 시장의 경쟁 축은 NAND 양산에서 SSD 구조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사법 판단과는 별도로 파두는 이 변화의 흐름 위에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파두, 풍문 관련 주권매매거래정지…조회공시 후 재개
한편 이날 저녁 파두 보통주가 풍문 및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상장심사 제출서류의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했다는 언론 보도가 제기되면서 시행됐다. 거래소는 파두에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거래정지를 결정했다.
거래정지는 12월 19일부터 조회공시가 이뤄진 뒤 30분이 경과할 때까지다. 공시 시점에 따라 정규시장 개시 후 30분 또는 장 종료 시까지 정지될 수 있다. 조회 결과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풍문이 해소될 때까지 정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코스닥시장공시규정에 따른 것으로,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관련 공시를 주의 깊게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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