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 해마다 시간이 빨라지는 이유, '뇌 과학'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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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 해마다 시간이 빨라지는 이유, '뇌 과학'에 답이 있다

데일리 포스트 2025-12-18 17:07: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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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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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어떻게 벌써 12월이지?"라는 말은 이제 연말마다 반복되는 인사가 됐다. 새해 계획을 세운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코앞이다.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 정확히는 뇌가 시간을 해석하는 방식과 깊이 관련돼 있다.

실제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은 아니다. 같은 1년이라도 뇌가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체감 속도는 크게 달라진다.

'왜 시간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호주 퀸즐랜드공과대(QUT) 인지신경과학자 힌제 호헨도른(Hinze Hogendoorn) 교수는 뇌 과학적 해석을 내놓았다. 이 내용은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실렸다.

◆ 뇌는 시간을 측정하지 않고 '추론'한다

우리는 색을 볼 때 빛의 파장을, 소리를 들을 때 공기의 진동을 감지한다. 그러나 시간에는 이런 감각 기관이 없다. 뇌가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시간 입자'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헨도른 교수에 따르면, 뇌는 시계처럼 일정한 단위를 세는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사건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졌는지를 바탕으로 시간이 흘렀다고 추론한다. 변화가 많고 사건이 밀집할수록 뇌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판단한다.

이 원리는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깜빡이는 영상은 같은 길이의 정지 화면보다 더 오래 제시된 것처럼 느껴진다. 화면 속 변화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이 효과가 더욱 뚜렷해진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3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안전장치에 의지해 낙하했다. 실험 뒤 이들은 자신의 낙하 시간이 실제보다 30% 이상 길었다고 느꼈다. 강한 긴장으로 주의력이 극도로 집중되면서, 순간순간의 장면이 밀도 높은 기억으로 저장됐기 때문이다. 뇌는 이 기억을 근거로 시간이 길었다고 판단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One(2007)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One(2007)

◆ 하루는 긴데, 1년은 짧은 '기억의 역설'

시간 체감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 지금 흐르는 시간을 느끼는 전향적 시간 인식과,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후향적 시간 인식이다.

병원 대기실에서 보내는 10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이는 전향적 시간 인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나중에 그 시간을 떠올리면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후향적 인식에서는 시간이 짧게 남는다.

호헨도른 교수는 이 차이를 주의의 방향으로 설명한다. 시간 자체에 주의를 기울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일이나 놀이에 몰입해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이 구조는 '하루는 긴데 1년은 짧다'는 역설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 입학, 첫 연애, 첫 직장처럼 모든 경험이 새롭다. 이런 사건들은 풍부한 기억으로 남아,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인상을 만든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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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인이 된 이후의 일상은 반복된다. 출근하고,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가 이어진다. 그 순간에는 지루해 시간이 더디게 가는 듯하지만, 연말에 돌아보면 특별히 떠오르는 장면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1년이 지나갔다"고 느끼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싶다면 방법은 단순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의식하면 체감 속도는 느려진다. 하지만 이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해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되돌아볼 때의 시간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루의 경험을 기록하고, 새로운 일을 의도적으로 늘리면 기억의 밀도는 높아진다. 낯선 장소로 떠나고, 이전에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호헨도른 교수는 "탐험에 나서고, 평생 잊지 못할 일을 해보라"며 "그렇게 하면 우리의 내적 시계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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