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탈모약 건보 확대’ 지시에 의협·야권 반발…“재정 우선순위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주문한 가운데, 의협과 정치계는 반대 입장을 표하고 나섰다.

최근 이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방안 검토를 복지부에 지시하자 전날 의료계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에서 탈모를 우선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재정·우선순위’ 논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 급여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며 건보 적용 확대 검토를 주문했다. 재정 부담이 있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 등 관리 장치를 두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적용 대상과 재정 영향을 종합 분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원형탈모 등 의학적 사유의 탈모는 이미 지원 범주에 있으나 유전적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현행 급여 적용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적 탈모까지 급여화할 경우 재정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번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2022년 이 대통령이 20대 대선 당시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의 연장 선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시에도 공약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존재했다.

2022년 1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초저출산 시대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영유아를 비롯해 생명을 위협받는 희귀질환자들의 치료 접근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들은 통탄을 금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병적인 탈모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한 다른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급여 확대는 재정 여건과 의료적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며 ‘모(某)퓰리즘’ 논란을 제기했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탈모가 생계와 직결될 수는 있어도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며 “한정된 자원 속에서 희귀·난치질환자 지원, ‘무약촌’ 해소, 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 산적한 보건의료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편 의협은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 확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공단은 수가 계약·진료비 지급 및 삭감의 이해관계자”라며 강제 수사권이 더해질 경우 방어적 진료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급실 환자 미수용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 원인 재점검과 함께 최선의 응급치료를 제공한 기관에 대한 면책 확대 및 국가 차원의 이송 지원체계 마련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