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유산] 이암 '어미개와 강아지', 조선 동물화의 섬세한 역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문화N유산] 이암 '어미개와 강아지', 조선 동물화의 섬세한 역사

뉴스컬처 2025-12-18 16:49:36 신고

3줄요약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조선 전기 화가 이암(李巖, 1499-?)의 '어미개와 강아지'(狗圖, 모견도)는 동물화의 독자적 위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암은 임영대군(臨瀛大君) 이구의 증손으로, 두성령(杜城令)에 임명되었으며, 인종실록에는 중종의 초상을 그릴 화가로 추천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당시 화원으로서의 위상과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어미개와 강아지'는 세로 163cm, 가로 55.5cm의 종이 그림으로, 어미 개와 강아지의 모습을 따뜻하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어미 개의 부드러운 눈빛과 강아지의 천진난만한 포즈는, 인간적 정서를 전달하며 관람자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이암 '어미개와 강아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암 '어미개와 강아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작품의 묘사 기법 또한 주목할 만하다. 털 색깔의 미묘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번지듯 처리해 생동감을 살렸으며, 배경의 나무는 간략하게 그려 동물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구성했다. 이는 조선 회화에서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구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작품의 역사적 의미는 예술적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조선시대 동물화는 궁중 초상화나 문인화에 비해 기록이 적어, 당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어미개와 강아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교감적으로 그려내, 조선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과 감정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암의 동물화는 한국적인 정취와 독자적 화풍을 보여준다. 중국이나 일본의 동물화와 달리, 그는 자연과 인간, 동물을 관찰하고 그 안에 따뜻한 감정을 담았다. 이러한 특성은 조선 회화사에서 동물화가 예술적·문화적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작품은 당시 화가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표현한 방식을 연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어미개와 강아지의 털, 몸짓, 시선 처리 방식은 조선 화가들이 관찰을 통해 생명감을 부여했던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는 동물화가 모사와 재현을 넘어 회화적 연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결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암이 중종 초상화 제작에 추천받았다는 기록은, 그가 궁중에서도 인정을 받은 화가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어미개와 강아지'와 같은 동물화 역시 당대 화단에서 가치 있고 존중받았던 장르임을 시사한다.

또한, 작품은 조선 동물화의 독자적 세계를 확립한 선구적 사례로 평가된다. 동물의 감정과 성격을 세밀히 관찰하고 표현한 점은, 후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한국 회화 발전의 기초를 제공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어미개와 강아지'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며, 당시 사회가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삶의 감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는 조선 회화를 사회문화적 문맥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어미개와 강아지'는 동물 그림을 넘어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동물화의 예술적·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담은 중요한 작품이다. 이암의 섬세한 관찰력과 따뜻한 시선은 오늘날에도 한국 전통 회화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